서울 및 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4월 7일에 치러진다. 4.7 재·보궐선거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의 전초전 성격으로 치부된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때 이르게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는 국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국민적 관심도가 다소 낮다. 하지만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는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결코 동네 행사로 가볍게 볼 선거가 아니다.
특히 단체장은 다른 선출직과 비교하여 독특한 성격을 갖는 자리다. 정치인이면서 지방행정을 진두지휘한다. 지방의원처럼 여러 사람 중 하나가 아니라, 행정력을 총괄하는 지방권력의 정점이다. 자칫 부적합한 사람이 선출되면, 그 재임기간 동안 갈등과 부조리, 비리로 지역이 몸살을 앓으면서 성장잠재력을 잃게 된다.
1995년에 본격적인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벌써 26년이 흘렀다. 단체장 혼자의 역량으로 지역발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체장의 역량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검증됐다. 2022년 시작되는 민선 8기에서는 유능한 인물들이 지역을 책임짐으로써 대한민국이 더불어 발전하길 바란다.
2022년 지방선거는 날로 쇠락해가는 익산에게 각별한 선거다. 2018년 1월 299,146명이던 인구가 2021년 1월 281,539명으로 줄어들었다. 3년 만에 무려 17,607명이 줄었다. 현재 익산에서 가장 주민이 많은 모현동 인구가 15,493명이다. 인구 2천 명이 안 되는 면들도 9개다. 3년 동안 모현동과 작은 면 하나를 합한 인구가 줄었다.
지난 3년 동안 인구가 5.9% 감소하는 동안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2018년 1월 고령인구는 50,422명으로 고령화율이 16.9%였다. 2021년 1월에는 56,341명으로 20%를 넘겼다. 익산 역사상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급격한 인구감소 및 고령화, 즉 인구구조의 변화는 그 자체로 익산의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파괴적 기술이 촉발한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기에 발생한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 지방 중소도시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위협요인들이 구조적이어서, 지역적 강점만으로 발전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지방의 위기는 비단 익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익산을 운영했던 시장들의 능력 때문에 일어난 문제만도 아니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예견된 인구구조 및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위기를 돌파할 만한 비전을 제시한 시장이 없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현가능성은 차치하고 논리적 타당성이라도 갖춘 발전 비전을 제시한 시장이 있었던가? 나는 없었다고 본다. 십 수 년 동안 대기업 유치, KTX 역세권 개발, 국가식품클러스터, 백제유적지구, 새만금 배후도시, 물류 중심도시 등 틀에 박힌 내용 외에 떠오르는 게 없다. 시장의 상상력 빈곤이 시민들의 비전 공유 부재로 이어져왔다. 익산을 새롭게 해석하여 발전의 기틀을 놓을 시장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나는 민선 8기를 이끌 시장의 조건을 몇 가지로 생각해봤다. 첫째, 다양한 인생 경험을 가진 사람이길 바란다.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창의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직을 경영하여 현장에서 성과를 검증받은 사람이길 바란다. 익산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시장 공부를 시킬 상황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한된 자원으로 성과를 내야만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셋째, 중앙·광역·지역의 정치권 및 행정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인맥을 가진 사람이길 바란다. 세상사를 풀어나가는 데는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 가지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는 소통능력을 갖춘 사람이길 바란다. 소통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이고, 불통은 갈등과 분열, 혼란만 낳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익산을 지경학(地經學)적 관점에서 디자인할 역량을 가진 사람이길 바란다. SOC 인프라를 맥락적으로 구축하여 지역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도심녹지공간의 개발 및 유지 등 난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갈수록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임을 주목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기존 산업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산업 기회를 창출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주간소통신문이 2017년에 심층보도 했듯이, 국토연구원에서는 익산을 비롯한 20개 지역을 ‘축소도시’로 내다봤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점진형 축소도시로 분류된 익산과 같은 도시는 도시 기능을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산의 최근 3년 인구감소 추세를 보면, 익산의 틀과 비전을 새롭게 짜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한계점에 도달했다.
호남 3위 도시 익산은 인구 282,618명인 순천에 그 자리를 내줬다. 이제 인구 280,497명인 여수와 4위 경쟁을 해야 할 판이다. 도토리 키 재기가 된 중소도시 인구 순위가 큰 의미가 있겠냐만, 익산의 동력이 크게 약해진 건 사실이다. 다음 선출될 익산 시장에게 많은 조건이 요구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