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총 익산 지회장 

김 영규

지난 한 해 동안, 그리고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따뜻한 공기와 맑은 햇살을 한 아름 품을 수 있는 아름다운 봄, 꽃피는 3월의 시작이 오늘이다, 동시에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녹녹치 않다, 그러나 남녘에는 이미 봄의 전령사라 할 수 있는 홍매화가 피어나고 점점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이 이루어질 것이다. 봄이 오면 대부분의 식물은 새싹이 나고 꽃을 피운다.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라고 TV 프로의 한 장면에 소개되는 이야기를 듣는다. 대부분의 꽃은 아름답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듯하니, 화초가 있으면 잡초가 있어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저절로 자라면 잡초지만 관심과 정성, 보살핌으로 자라면 화초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서, 인간은 모두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서 부모의 보살핌과 스스로를 돌보고 정성과 사랑으로 자신을 가꾸어 갈 때마다 아름다운 화초가 될 것이지만 그 반대인인 경우 잡초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일 일 것이다. 온난화의 가속이 걱정이지만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니라는 자연이 주는 혜택이 무궁무진하며 계절에 따라 각양각색의 피는 꽃은 행운이며, 복 받은 유일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계절과 주위 환경의 변화는 부푼 꿈과 희망을 주며 가슴이 설레고, 낡은 마음도 새롭고 되니 실로 사계절의 의미는 대단하다 할 것이다. 남쪽에서부터 전해지는 꽃소식은 매화를 시작으로 동백, 산수유, 벚꽃, 개나리 등 북쪽을 향하여 올라간다. 그중에서도 우리 고장의 자랑은 오랫동안 전군도로의 만발한 벚꽃 길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니 전북의 자존심이기도 했었다. 인간이 정착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은 곧 역사가 될 것이니, 지난날의 전군도로는 일제의 식량착취를 목적으로 한 잔인한 길이였으며, 작금의 이 길은 전북도민의 역사와 희망을 이끈 길로 자리매김하면서 번영로라 명명하기로 했었다. 한때 이 길은 벚꽃이 만발하여 전국적으로 벚꽃터널의 명소가 되기도 했으며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상춘객이 만원을 이루었다. 전주에서 익산, 군산으로 이어지는 총 길이 46.4km의 길은 원래 좁은 2차선으로 포플러와 플라타너스가 서있어 하늘을 찌르고 터널을 이루어 장관이었으나 6.25 전란으로 대부분의 나무가 상처를 입었고 그 후 1975년에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기존의 가로수는 사라지고 도민의 뜻을 모아 벚꽃나무로 바뀌었다. 국비와 도비, 시, 군비 등  재일 관동지구 한인회의 성금도 일조하여 식재한 특히나 총 6928 그루의 왕 벚꽃나무는 잘 자라서 오랫동안 도민은 물론 전국의 상춘객들에게 백리 벚 꽃길로 사랑을 받았으나 지금은 각종 개발과 사고, 매연 그리고 자동차전용도로의 등장으로 노송으로 변하여 고사 직전에 이르고,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혹자는 하필 전군도로에 일본의 국화인 벚꽃이 왠 말이냐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벚꽃의 원산지는 원래 우리니라의 제주도였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요즘 추위를 꽃샘추위라 하니, 아마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을 샘내서 겨울이 시기한다는 뜻으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생각되며 누군들! 요즘 추위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겨울이 따뜻하고 봄이 추우면 다음 농사도 문제이거니와 궂은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걱정하시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나고 입춘 후에 눈이 많이 오면 흉년이 든다고 하는 말 등 예나 지금이나 꽃샘추위는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으니 계절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사회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이나 새롭게 자라나는 어린 새싹들을 시기하고 미워하며 짓밟아 버리려는 못된 습성의 어른들이 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바로 꽃샘의 심술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웃과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풍습이 우리 주위에 만연돼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상대의 조그만 약점이나 실수를 침소봉대하여 물고 늘어지고 상대의 업적을 과소평가하며 자신이 최고인양 호도하는 습성도 문제다. 상대를 헐뜯는 언어의 난무, 입증하기도 힘든 혐의를 내세워 상대를 흠집 내는 행위 등, 이웃과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며 살아가는 풍습이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시민보다 더 강하지 않나 생각되어 지기도 한다. 겨울이 새롭게 피어날 꽃과 새싹을 아무리 시샘한다 해도 머지않아 꽃들은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며 우리는 그 향기를 만끽할 것이다. 많은 새싹이 추위에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지 않은 꽃과 새싹이 더 많을 것이니, 얼마나 희망적인가. 이제 새봄을 맞으면서 남을 시기하고 비방하는 풍습도 사라지고, 우리 고장이 희망이 넘치고, 많이 베풀고, 사랑하고 감사하며 삶을 이어갈 때 우리의 삶은 찬란한 봄날의 향기만이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