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장

국제NGO삼동인터내셔널이사장

정신요양시설 삼정원장

김영주

김영주
삼동인터내셔널이사장
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장

촛불은 한자로 '촉화(燭火)'라고 하며 영어로는 candle, 혹은 candlelight 라고 한다. 촛불(양초)의 기원은 분명하진 않지만 그리스나, 중국의 분묘(墳墓)에서 청동 촛대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BC 3세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양초는, 파라핀 ·밀랍 등과 같이 적당한 온도에서 녹는 고체와 그 가운데 심지를 넣어 만든 등화용 연료를 말하는데, 요즘엔 화려하고 아름다운 양초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촛불을 '난촉[蘭燭]' 이라고 하고, 촛불의 그림자를 '촉영[燭影]' 이라고 한다. 결혼식 때 켜는 촛불을 '화촉[華燭]'이라 하여 결혼을 '화촉을 밝힌다'라고도 한다. '동방화촉[洞房華燭]'이란 원래, 동방에 비치는 환한 촛불이라는 뜻이지만, 첫날밤에 신랑과 신부가 한방에서 동침하는 의식을 이르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중세 독일에서 촛불은 '생명의 등불'을 의미하여, 생일을 맞은 어린이에게 촛불로 장식된 케이크를 내어 놓는데 이것을 '킨테 페스테'라고 하며, 지금까지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풍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또, 예로부터 촛불은 성당의 미사와 같은 성스러운 의식에서도 필수적으로 쓰이며 부처님의 자애가 넘치는 법당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전통적인 제사상에서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샤갈'을 포함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촛불을 소재로 한 대작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촛불은 강자들에 맞서 약자들의 뜻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8년 5월 2일부터 8월 15일에 걸쳐 한미 FTA 개정을 통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하여 서울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일어났던 시위나 2016년 10월 29일부터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2019년 10월 5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동에서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그것이다.

필자는 어렸을 때 호롱불 밑에서 공부했다. 저녁 내내 공부하다보면 아침에 코 속에 그을림이 생긴다. 어쩌다가 양초라도 한 번 피우게 되면 방안은 대명천지처럼 환하게 되어 황홀감까지 솟아나 기쁘기 한량없었다. 그러나 양초는 비싸기 때문에 부모님은 계속 호롱불을 고집하셨다. 호롱불은 꼭 그림자가 사방에 생겼다. 아이들은 손가락을 이용해 벽에 개, 여우, 나비, 도깨비, 주전자 등의 그림자를 만들며 놀았다. 요즘 사용하는 LED 형광등은 그림자가 없다.  그림자란 무엇인가. 밝은 빛을 가로막는 자신의 모습이다. 옛 어른들의 지혜는 자기 자신을 늘 돌이켜 보아 갈고 닦던 그림자에서 만들어졌다.

촛불은 초에 켠 불이다. 촛불은 제 몸을 태워 빛을 낸다. 제 몸을 태우지 아니하면 어떤 것도 빛을 내지 못한다. 신라는 고대 국가로의 체계를 갖춰 가는 과정에서 불교를 도입하려는 왕과 토착 신앙에 기반을 둔 귀족 세력이 치열하게 대립 속에 이차돈의 거룩한 순교로 법흥왕은 불교를 통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고 왕권을 확립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 때 붕당정치에 흔들리는 왕권 앞에 백성을 위한 희생정신으로 조선을 구했던 이순신도 촛불이었다.

초는 제 몸을 태워 빛을 낸다.
나무도, 태양도, 전등도, 밤하늘에 모든 별도
다 제 몸을 태워 빛을 낸다.
그 빛 하나가 또 다른 수없는 다른 빛이 된다.

한 사람의 빛이 세상의 등불이 된다.
사람의 심장은 빛을 내는 등이다
사람의 마음은 빛을 담는 그릇이다
빛을 내는 사람은,
나를 소중히 여긴다.
남을 나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남을 위해 내 것을 준다.
목숨까지도 준다.
 
빛의 사람은,
내가 하늘이다
너는 나보다 더 높은 하늘이다.

태오(泰虎) 임명규씨의 <빛의 사람>이란 시이다.

세상의 모든 빛은 저렇게 제 몸을 태우는 것에서 온다. 빛은 밝은 것과 따뜻한 열에너지를 품고 있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의 햇빛과 햇볕으로 지구상 생명체가 살고 있다. 따라서 빛은 밝음과 열을 가지고 있으며 빛을 내는 발광체는 자신을 태우면서 빛을 내고 있다. 촛불은 몸을 태우면서 촛불이 되어 어둠을 밝히고 있다. 밝은 빛 앞에서는 어둠은 물러나 사라진다. 이처럼 빛은 세상의 모든 형체를 숨김없이 드러나게 하며 좋지 못한 어둠은 빛 앞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이 모든 삶에 비친다면 세상을 어지럽고 더럽히는 죄악의 그늘은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어둠에서 벗어나 밝은 정치 밝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제전에서나 전등불이 있어도 촛불을 켜는 것은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빛의 교훈을 닮자는 뜻이며 이를 본받자는 의미가 된다.

또한 촛불은 마음이 요란해질 때 자기를 보려고 켜는 내면의 불이다.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 관계되어 있던 나의 심지(心地)를 끌어올려 불을 붙여 삼독오욕(三毒五慾)의 마음을 태워야 하는 것이 촛불이다. 촛농이 흐르듯이 참회의 눈물이 눈처럼 흘러내릴 때 촛불의 열매가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