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 토요일 아침, 지인과 함께 광명역에서 탑승한 KTX는 50여분 만에 익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참 빠르고 편리한 세상이라고 담소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내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10분 후(10시 13분) 익산역에서 미륵사지 가는 41번 시내버스가 있었지만 간단히 아침요기를 하고 10시 58분 버스를 기다린 것이 입니다. 그런데 버스는 오지 않았습니다. 길거리에서 지인과 한 참을 서 있다가 11시38분 버스를 타고 정오를 넘겨 익산박물관에 도착한 것입니다. 오전에 일 보고 자가용을 가져와 점심식사에 합류한 아내에게 지인이 웃으며 말합니다. “서울에서는 익산역이 한 시간이면 오는데 익산역에서 미륵사지는 2시간이 넘게 들었네요.”

세계유산인 미륵사지와 조화를 이루며 관광객을 맞고 있는 익산국립박물관은 지난해 개관 이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60만여 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연계사업들이 올해 완성되면 백제역사문화 관광벨트가 완성돼 관광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광객은 자가용이나 관광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말과 평일에 운행하는 테마형 익산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관람이 가능하지만 최소 10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시내버스를 증편한다고 해서 관람객이 많이 늘지도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인구 30만명선을 위협받는 익산시의 인구 유입과 다시 찾고 싶은 행복한 관광도시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이용한 관광객과 무엇보다 시민들의 이동편의가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울에 갈 일 있으면 41번 버스를 이용해 익산역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주차 문제나 아내가 자가용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보통 1시간 간격이지만 파란색으로 표기된 시간의 버스는 주말에 운행하지 않습니다. 몇 번 낭패를 본 경험이 있기에 늘 시간표를 확인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재정문제 등으로 버스 배차가 줄어들어서 버스 탈 때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확인 한 후에 토요일 10시 58분을 버스를 기다린 것이지요. 답답한 마음에 버스회사를 검색해 전화로 배차가 안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담당자가 친절하게 설명하려 노력합니다만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 파란색시간 배차도 아니고 코로나로 인한 취소시간도 아닌데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처음 전화 받은 남자 분은 자기가 가진 시간표와 좀 다른 것 같다고 좀 확인해야한다고 합니다. 한 회사가 아니라 다른 회사도 41번 노선에 투입된다고 합니다. 다른 여자 분은 3월부터 추가로 그 시간 운행이 쉰다고 이야기합니다. 버스를 타고 기사님께 물어보니 “그 시간은 운행 안합니다.” 라고 짧게 대답합니다. 사전에 확인할 방법 없이 정류장의 버스시간표와 도착안내 화면만을 의지한 저는 순식간에 지인에게 죄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쌀쌀했던 2월의 늦은 저녁에 KTX를 타고 도착한 익산역 정류장에서 짐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를 뵌 적이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기다린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다행히 정류장 의자에 전기가 공급되어 따뜻했지만 개방된 공간이라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지요. 들릴 듯 말 듯 혼자말로 버스가 안 온다는 겁니다. 아마도 코로나로 축소된 배차시간을 잘 모르시는 듯 했습니다. 제가 타려던 41번 버스가 곧 도착하기에 근처에서 따뜻한 음료 하나사서 손에 쥐어드리고 “할머님, 버스가 곧 올 것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그저 참 안타깝고 죄송한 밤이었습니다.  
 
지금도 방역과 시정으로 수고하는 공무원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익산시는 “출산부터 노후까지 책임지는 시민체감형 사업과 숲세권 명품주거단지, 힐링수변공간 조성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지수를 최대로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과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시장님도 시정연설에서 시민과 함께 똘똘 뭉쳐 ‘살맛나는 익산, 다이로움 익산’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습니다.
 
학업과 군종장교로서 20여년 근무로 인해 30여년을 전국의 각지에서 살아본 개인적 경험을 비추어 보면 익산시의 비전제시와 홍보는 과천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2년간의 주거, 교육, 교통의 경험과 만족도와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빈부의 격차를 떠나 지하철에서 시작하여 곳곳까지 촘촘하던 마을버스와 노인과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익산의 대표적 상징인 익산역과 미륵사지의 발전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이동편의와 생활여건도 함께 개선되고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