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장왕이 주연을 베풀어 신하들과 함께 술을 드는데 날은 저물고 주흥이 오르는데 문득 한줄기 세찬 바람이 불어와 촛불이 모두 꺼졌다. 이때 왕이 총애하던 궁녀의 옷자락을 잡아끄는 신하가 있었는데, 순간 궁녀는 그 신하의 갓끈을 잡아 당겨 끊어가지고 왕에게 아뢰었다. "빨리 불을 켜게 하시고 갓끈이 끊어진 신하를 찾아 벌을 내려 주십시오." 이에 초장왕이 말하기를 "내가 주연을 베풀었고 그로 인하여 예를 잃어버린 것인데, 어찌 그대의 정절을 드러내고자 선비를 욕보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신하들에게 명하여 말하기를 "오늘 나와 함께 술을 마시고 갓끈이 끊기지 않은 사람은 나의 주연을 즐거워 하지 않은 것이다."
백명이 넘는 신하들은 모두 갓끈을 끊었고, 다시 불을 켜고 흥을 돋우어 즐겁게 논 뒤 주연을 끝냈다. 그 훗날 진나라와 초나라 간의 전쟁이 벌어졌는데, 한 신하가 전투에 앞장서서 다섯 번 싸워 다섯 번 적장의 머리를 베어오니 진나라를 물리쳐 이길 수 있었다. 장왕이 신기하게 생각하여 물으니 옛 주연 때에 갓끈이 끊겼던 신하로 왕의 관대함에 보답한 것이라고 하였다.
사람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용서하며 살아야 한다. 내가 남에게 너그럽지 않으면 남이 나에게 너그럽겠는가. 나만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은 부족한 마음이요. 나 이외의 가족과 사회를 생각하는 올바른 마음이다. 모든 일에 너그로움이 따르면 그 복이 저절로 두터워진다.(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