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올해 66개 지자체에서 약 3,700억 규모의 지역사랑 상품권이 발행되었다.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은 올 8월 30일, 『지역사랑 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상태이며, 행정안전부 또한 『고향사랑 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 지역(고향)사랑 상품권 확산을 통해 자영업자의 매출을 증대시키고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촉진하려 하고 있으며, 나아가 지류형태의 상품권을 넘어 모바일 상품권 프로그램과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충전형, 정액형, 복지바우처의 기능이 탑재되고 복지수당의 접수·심사·관리를 간소화할 방침이어서 개별 지자체의 과도한 중복 재정투자의 비효율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사랑 상품권의 주요 공급처를 살펴보면, 지자체에 따라 공무원 복지 포인트 등 지방공무원의 맞춤형 복지비의 5~30%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출산 지원금, 이주·정착 지원금, 탄소 포인트 등의 지자체 소관 복지비 또한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외에 지역 내 공공기관이나 기업, 금융기관 등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포상금이나 선물 등으로 지급하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 청년배당금, 산후조리 지원금, 무상교복 지원금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생활임금과 최저임금의 차액, 그리고 아동수당 또한 상품권 (아동수당의 경우, 카드형으로 제공)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역사랑 상품권의 효과에 대한 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에서 양구군의 경우, 상품권 유통량이 지역 내 총생산 대비 0.83%에 불과하나 소상공인 1인당 소득증가율은 2.13%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화천군의 경우 또한 유통량은 지역 내 총생산 대비 0.19%, 소득증가율은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에게 유통되는 춘천시의 경우는 상품권 판매액 대비 지역 내 지출이 3,7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관광객 1인이 상품권 1만원을 구매하면 지역 내에서 3만7,500원을 소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적으로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15.9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결론으로 그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상품권에 대한 과용과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강원도의 경우 각종 공사·용역·물품구매 등의 공고 또는 계약 체결 시 상품권의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고 조례에 명시하면서, 입찰참가 시 상품권의 구매와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철원군과 고성군의 경우, 지방공무원의 보수를 상품권으로 일부 공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합동감사에서 상위법 위반이 지적되었으며, 상품권 사용·권장 조례를 개정하고 방안을 마련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이다. 대부분이 지자체 소관 복지비로 공급되다 보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지원금의 경우, 가맹점의 부족으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 배제를 낳는다는 시각도 존재하며,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한다. 성남시와 군산시는 상품권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려다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성남시는 체크카드형 (1만원 추가 지원)으로 대체하였으며, 군산시는 전면 취소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시각 속에서 산업·고용위기 지역에 국비로 홍보비와 할인수수료 등을 지원해 줌으로써 일부나마 소상공인들의 매출증가를 낳았고, 소득주도 성장 하에 지역 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시키려는 정책 등으로 많은 지역들이 경쟁적으로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약 105개가 넘는 지자체가 상품권 발행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규모 또한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품권의 발행비용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할인율과 대행점 수수료, 발행비용, 홍보비 등의 부가비용이 소요된다. 6%의 할인율과 1.5%의 대행점 수수료를 적용하여 100억원을 발행한다고 볼 때, 일반관리비를 포함하여 약 13억2,9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약 13%가 넘는 추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군산시처럼 시민들에게 10%를 할인하여 판매할 경우, 그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경기도는 약 1조 5,905억원의 발행계획을 세우면서 4년간 소요예산을 약 578억원으로 추정하였다. 정부는 2019년 한시적으로 국비와 특별교부세를 지원한다고 하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지원이 끊길 경우 그 비용을 부담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당장의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무분별한 혜택의 제공은 그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지역화폐를 설계하면서 위에서 도출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첫째, 지역 내에서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얼마나 공유하게 하느냐이다. 과도한 할인율로 인한 환전차익 투기심리는 거래량을 위축시키고, 할인율이 낮아지거나 없어지게 되면 지역화폐의 사용동기 또한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화폐의 사용처인 가맹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이다. 적은 가맹점은 지역화폐의 사용동기를 약하게 하며,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수당의 경우는 가맹점이 부족할 때 사회적 배제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하느냐이다. 성남시나 군산시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수당에 대한 일부 계층들의 거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 수반되어야 한다. 상품권 등의 발행비용이 적지 않음에 지역화폐가 오랜 시간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