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역사 문화 회장
김 복 현

새해, 2019년을 맞이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여가 되었다.

세월의 흐름이 너무도 빠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경험을 했던 것처럼 학창시절에는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면 뭔가 큰 포부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나가는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어떤 목적의식이 없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매우 단조로운 일상으로 매순간 충실히 살아가면 된다는 자기 합리화에 초점을 맞추고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일과다. 꽁꽁 얼었던 겨울 추위도 우수 절기를 보내고 나니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우리 몸에 와 닿고 있다. 언제쯤 추위가 물러날까 했는데 몸이 먼저 새봄 냄새를 맡은 듯 가벼운 마음가짐의 생각을 들게 하고 있다. 우리는 매년 설 명절을 양력과 음력으로 두 번씩이나 보내면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본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기에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한번쯤 해본다. 이유는 나이를 진짜로 한 살 더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말없이 지나가는 세월 앞에 우리는 숙연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매일매일 충실한 삶의 하루하루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주변을 한번쯤 뒤돌아보는 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 중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작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지난날의 잘못을 반복해서 저지르지 않고 새롭게 살아보려는 각오다. 그리고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고쳐야 할 나쁜 버릇 하나는 남을 험담하는 버릇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할 때 그에 대해 좋게 말하는 모습을 대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세상이기에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는 상대를 헐뜯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칭찬보다는 험담하는 모습을 우리는 흔하게 듣고 보고 있다. 매일 보는 텔레비전이나 신문 지면에도 잘 된 사건이나 보도 자료보다 잘못된 사건이나 자료가 매일같이 우리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집중적으로 험담하는 경우도 있다. 험담은 살인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다. 험담이 살인하고 가깝다는 것을 알면서도 험담을 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는 일처럼 반복하고 있는 일상이 우리의 생활이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모두를 죽이는 일이라면 반대로 칭찬은 모두를 살리는 일이 되겠지요.

그런데 그 좋은 일에 우리는 왜 그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에게 꼭 지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사람 앞에서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옳은 것 같고 칭찬할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이 없는데서 해도 좋을 것 같다. 면전에서 하는 칭찬은 자칫 아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고 뒤에서 하는 지적은 험담으로 여겨지기 쉽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다. 언젠가 다음과 같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유명한 배우이자 가수인 ‘슈레이더’의 전성기가 지났을 때다. 그가 함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기차를 타고 갈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기차 안에 있던 손님들이 슈레이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한 부인이 슈레이더의 목소리는 한물갔고 연예인으로서도 생명이 다했다고 말을 했다. 부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앞자리에 앉은 한 신사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 가수에게 직접 말씀하시지 그러십니까? 바로 당신 앞에 그 주인공이 앉아 있으니까요. 그러자 슈레이더에 대해 비판하던 부인은 몹시 당황해서 장황하게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얼토당토않은 저의 말을 용서해주세요. 사실 제가 한 말들은 신문에 실린 바보 같은 연예기자들의 말이에요. 그런 악랄한 기자 말을 믿지 말아야 하는데 그 기자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그러자 이번에는 슈레이더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 기자에게 직접 말하지 그러세요. 바로 당신 앞에 앉아있으니까요. 어색한 분위기로 그 부인은 얼굴이 들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슈레이더를 칭찬하는 말을 슈레이더 앞에서 했다면 서로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얼마나 좋은 만남을 가졌을까 싶습니다. 내가 누군가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은 결국 그 사람에게 전해집니다. 대개는 과장되어 전해지기 마련이지요. 내가 한 작은 칭찬의 말은 큰 칭찬의 말로 전해지고 작은 지적은 큰 험담으로 전해지는 것이 우리의 생활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한 칭찬은 내인격의 훌륭함과 함께 전해지고 누군가를 험담하는 말은 내인격의 부족함과 함께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보면 그가 하는 말은 곧 그의 인격이며 그 자신이기도 합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한 철학자의 말은 그렇게 우리의 삶 아주 가까운 곳에 구체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신문과 TV방송은 온갖 세상소식을 전하다보니 잘 못된 소식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국민들 대다수도 칭찬의 말보다는 그 진실을 말한다고 하면서 듣기 거북한 언어로 소식들을 전하고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우리나라가 뒤숭숭한 것 같다. 밝은 내일을 위해 칭찬하는 습관을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