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얼마 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지역소득 역외 유출의 결정요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로 지역 간 불균형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기준 16개 시도의 지역소득 유출입 현황을 진단하고, 공간ㆍ산업ㆍ인력ㆍ정주여건 등 4대 요인으로 구분하여 소득 유출입의 결정요인을 분석하였다.

광역시도 중 요소소득 최대 유입 지역은 서울로 40조 3,807억 원으로 지역총생산량의 12.2%에 달했다. 역으로 최대 유출 지역은 충남으로 24조 9,711억 원으로 무려 지역 총생산량의 22.5%가 외부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되었다. 여기서 요소소득이란 근로소득 (피고용자 보수)과 기업소득 (영업잉여)으로 구성되는데, 평균적으로 지역총소득 (GRNI)의 66.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요소소득의 유출은 지역총소득의 감소를 의미하고 유입은 지역총소득의 증가를 의미한다. 요소소득이 유입된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이며, 그 외 지역은 요소소득이 유출되었다. 그 중 전북은 4조 8,921억 원이 유출되었는데, 지역총생산량의 12.1%로 요소소득 유출지역 중에는 제주 (0.5%) 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은 요소소득 유출입의 결정요인에 대한 분석이다. 결정요인으로 거주자의 통근유입, 본사 수, 고부가가치 산업의 사업체 성장률, 정주여건을 들었으며, 유출액이 큰 지역의 경우, 산업과 인력의 미스매칭 (인적자원 부족 포함)이 심하여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의 전문인력) 지역 외의 인력수급이 소득유출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본 보고서는 소득유출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단기적으로는 지역화폐 활성화와 전략적 기업유치 등의 대책을 들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지역의 혁신인력의 양성과 정주여건 등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 전북도는 전통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에 기반 한 곳이 아니다. 이에 과거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많은 지역의 인적자원들이 타지로 유출되었다. 따라서 우리도의 경우 소득유출의 주요 요인으로서 지역 외의 인력수급을 주요 이유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본사 수’가 우리 지역의 주요 소득유출 원인이라 판단한다. 특히 제조관련 산업기반이 약한 지역인 점을 고려할 때 유통 등의 서비스 산업의 본사 수와 관련이 있다. 즉, 생산이 아닌 소비에서 소득유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소비는 지출과 관련이 있고 지출은 우리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지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지역의 소득유출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제품의 제조과정과는 관련 없이 좋은 품질에 낮은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이것을 ‘알뜰하다’ 또는 ‘돈을 잘 썼다’라고 한다. 그러나 만약 기업이 좀 더 낮은 가격을 위해 비정규 근로자를 늘리고 근로환경에 노력하지 않으며, 강한 교섭력으로 하청업체나 원료공급기업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범하여 생산한 제품을 구매했다고 할 때 우리는 ‘돈을 잘 썼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는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강한 힘을 가진 특정 기업의 이익 또는 경쟁력 때문에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희생을 요구하게 되면 그 사회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우리의 소비습관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소비의 습관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가격만을 중시하기보다는 지역사회의 지속성을 위한 소비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 노력하고, 대형할인마트 보다는 우리지역의 동네마트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가 벌고 지출하는데 쓰이는 소득이 지역 내에서 순환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역경제의 富를 커지게 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구매에 있어서 익산시는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우선구매 비율은 2017년 20.2%로 전국 지자체 중 5번째 순위에 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우선구매가 공공서비스의 위탁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재화 등의 구매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2017년 한 혁신적인 담당계장에 의해 부서의 성과평가와 연계하여 사회적경제기업의 재화와 서비스의 의무구매 비율을 명시하였다. 따라서 현재 읍면동을 포함한 각 부서들은 일정 비율 이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 이는 전국 어느 자치단체에서도 실현하지 못한 정책으로 모범이 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소비의 습관을 전환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시민의 인식전환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로 인한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등에서 앞장서서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내가 먼저 대형마트가 아닌 토종마트 또는 동네마트를 이용한다면 이러한 소비의 습관의 확산 속도는 가속화할 수 있다. 프랑스의 사상과 자크 라캉은 현대 소비문화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정의하였다. 이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사거나 자신의 욕망에 의해 사지 않고 남들의 소비행태를 따라함을 의미하고 있다. 나의 소비행태가 배우자와 자녀, 형제들의 소비행태를 바꿀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