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은 수시로 변화하며 불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따라서 그에 맞는 옷을 갈아입는데 그것이 우리 인간사의 순리이다.
비교적 젊은 어느 날, 아마도 몹시 더운 여름날, 시원한 얼음맥주, 아이스크림 또는 팥빙수 등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따뜻한 것이 좋아졌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어깨와 무릎이 시리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이젠 먹고 마시는 것도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 음식이 좋고 물과 차도 시원한 것보다는 미지근한 것이 속에도 부담이 없고 편안하다.
이와 같이 식성도 변하고 몸도 변화하는 걸 보면서 자연과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인간의 몸과 마음은 물론, 개인이 성격이나 식생활에도 큰 변화가 오고, 따라서 문화의 차이를 실감하기도 한다.
변하고 변화해간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진데 때때로 인간관계에 있어 마음이 변하면 배신자, 변절자가 되기도 하지만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내편이 되는 것이니 하나의 행위일지라도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크고 충격적이다.
그러나 소위 윈(Win) 윈(Win)의 변화도 느끼게 된다. 나한테는 넘치고 남아나는 것이 상대에게는 부족하고 내게 부족한 것이 상대방에겐 넘쳐서 서로 부족한 것과 넘치는 것들을 교환하여 즐거운 평형을 이루는 변화도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우리는 나눔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질과 양의 많고 적음은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고 물질과 정신의 의미가 결국 평형을 이루어주니- 즐거운 나눔 그 변화의 바람이 미세먼지로 답답하고 삭막한 우리 지역에 단비가 되어 물질이 마음이 되고 마음이 정이 되고 정이 행복이 되어 풋풋한 봄의 풀꽃처럼 피어날 수 있을지?
이와 같이 개인의, 우리의, 지역의 일상사를 문화라는 단어로 요약해 보자. 문화라는 개념 속에는 당연하게도 예술이 포함되겠지만 통념적인 문화라는 개념과 혼용하는 사례들이 많아서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문화(culture)란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킨 소산물이 진화하고 발전되고 재생산된 모든 결과물이라 하겠다. 그 시대, 그 민족의 생활양식과 상징적 체계를 포함하면 너무나도 광범위한 것이다.
문화라는 개념을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까지 많이 애용하고 있다. 문화융성, 문화가 있는 날, 문화재, 축제문화, 음식문화, 김치문화, 예절문화, 지역문화, 골목문화 등등 인위적인 개념에 문화를 붙여 사용하면 일단은 말은 된다 하겠으나, 인류가 과학과 함께, 예술과 함께 일구어놓은 다양한 문화와 오늘날 우리들의 일상 문화생활의 수준은 엄청나다 할 것이다.
그 시대, 그 민족이 일구어놓은 모든 문화바탕 위에 꽃 피워진 것이 예술이란 하겠다. 문화는 흐르는 물과 같고, 예술은 그 밑바닥에 막힌 차들과 같아서 영원한 것이니- 훌륭한 예술 작품은 많은 세월이 흘러도 인류에게,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예술작품이 일반적인 문화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베토벤의 명곡들, 고흐나 피카소의 작품들, 고려의 비색을 자랑하는 청자, 밀로의 비너스,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석탑 등등이 고물이나 쓰레기로 처리 되어야만 할 것이 아닌가?
문화 발달의 근원적 혜택은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하겠으나 인스턴트 음식, 게임중독, 성폭력 등 때로는 우리의 심신을 약하게 병들게도 한다. 약을 남용하면 독이 되듯이 말이다.
훌륭한 예술이나 예술 활동은 인간에게 심신을 맑게, 삶을 풍요롭게 행복 추구의 목적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공연예술이나 미술 작품에서 크게 감동을 받았을 때 우리에게 엔도르핀이 생성된다. 또한 그것보다 4,000배가 높은 면역 호르몬인 다이돌핀이 뇌하수체에서 형성, 심신을 힐링하고 건강을 치유한다고 한다.
예술이란 단어는 문화라는 용어에 두루뭉술하게 쓰지 말고 이 고귀한 개념을 예술 문화융성, 예술이 있는 날, 예술과 함께 하는 날, 예술을 만나는 날, 축제예술, 음식예술 등과 같이 구체화 시켜 쓰여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역의 유명인사들의 축사나 대화 중 “익산은 문화의 불모지”라 말을 많이도 듣곤 한다. 그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예술의 불모지”라고 말하면 그래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고 할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