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지난주에 주간소통신문의 특별기획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 시리즈 중 선화로 탐방이 막을 내렸다. 아련하게 멀어져가는 지나온 길의 잔영과 함께 다음 회에 소개될 길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한다. 우리가 늘 다니면서도 그 존재와 목적을 잊고 사는 길을 새롭게 조명하는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는 소중한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2년 넘게 연재되는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인문학적 소양으로 삶의 현장을 스케치하는 글도 좋지만, 투박한 사진이 선사하는 현장감과 생동감 또한 놓칠 수 없는 묘미다. 일부 사진들은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서 촬영했던데, 무척 더웠던 올여름에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을 기자의 노고와 진정성이 글을 타고 흘러내린다.

‘길’은 공간을 의미하는 보통명사이면서도 고도의 추상성과 역사성을 갖고 있는 단어다. 모든 길이 처음에 생길 때에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이동하는 효율성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그런 길들이 오랫동안 모이고 갈라지면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가능케 하였으니, 길을 이해함은 곧 사람과 시공간을 이해함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도 이런 인식 속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대형기획은 지역발전과 민관소통의 기회를 모색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는데 인문학적 스케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작은 지역 언론사가 갖고 있는 인력과 예산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익산의 내일을 위해 이 소중한 기획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 개인적인 생각을 그려보려고 한다.

2년 동안 주간소통신문-익산시-시의회-지역 정치권-각종 유관기관-시민사회단체-학계-지역 상공인-해당지역 주민들이 함께 익산의 길을 걸으면서 소통했다면 어땠을까? 우리 지역의 현실은 어떠한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주민들의 애로와 해소책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지역발전계획은 무엇인지, 소지역간의 갈등을 넘어서 익산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대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입체적인 분석과 시민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역의 현안과 중장기 비전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례로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를 기초로 하는 플랫폼 개발을 상상해보자.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 인터넷판 기사에 해당 회에서 걸어간 길의 지도와 사진, 주요 키워드가 있다. 독자가 지도나 사진, 주요 키워드를 누르면, 해당지역의 역사와 인구통계학적 정보, 주요 산업현황 등은 물론이고 지역 현안 및 민원과 이에 대한 익산시의 해결방안, 향후 발전계획 및 예산계획 등 주요 행정정보와 언론기사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 나타난다.

여기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문가집단 및 시민사회의 의견까지 나온다. 모든 시민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길을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플랫폼은 개인적 차원에서 운영하기 어렵다. 익산시가 중장기적으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얻을 매력 있는 콘텐츠 개발자와 협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익산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으로 외부와 다양한 링크를 구축함으로써 플랫폼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간소통신문이 그동안 추진했던 여러 편의 특별기획에서 보여준 역량과 열정을 보면서, 관언협업(官言協業)을 통한 시민소통 플랫폼 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플랫폼의 활용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시민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 제고 및 시정참여는 말할 것도 없다. SNS를 통한 사회참여를 촉진하여 지역내 신뢰자산 구축에도 일조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한 사회적 네트워크 강화 및 거래 활성화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플랫폼 개발의 사전단계로 주간소통신문과 익산시의 협업을 통한 양질의 콘텐츠 개발을 제안한다.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가 아니더라도 좋다. 앞으로 계속될 주간소통신문의 특별기획을 익산시가 시민소통 플랫폼의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대대적인 홍보로 그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백제역사유적지구 활성화 방안도 좋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기업의 이야기도 좋다. 세상은 넓고 이야깃거리는 끝이 없지 않은가!

<구술사를 찾아서>,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 <향토산업의 영광을 찾아서>, <도시와 비전>, <익산 만인보>, <익산의 골목상점> 등 주간소통신문의 특별기획들을 보완-변형-연결하면 사람들을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꼭 주간소통신문이 아니더라도 능력과 열정을 가진 지역 언론사와 익산시가 협업하여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발전의 전기를 만들어 볼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