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람들 > 북한 핵무장, 진짜 햇볕정책이 답이다

북한 핵무장, 진짜 햇볕정책이 답이다

익산시민 유 성 무

북한이 양탄일성(兩彈一星 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의 길로 치닫고 있다. 과거 중국이 구 소련과 미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답습하는 중이다. 얼마 전 실시한 제6차 핵실험으로 원자폭탄에 이은 수소폭탄 개발 성공을 선전했다.

북한의 핵 공격능력 보유는 실로 엄청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북한의 핵능력은 우리나라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모양이다.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말할 것도 없고, 향후 한반도 주변 정국에서 유리한 전략적 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사동맹 체제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우리나라의 독자적 핵 개발 추진은 비현실적이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사드 추가 설치도 미봉책일 뿐이다.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망가져버린 남북 대화채널 및 외교관계를 볼 때, 대화를 통한 북핵 포기 유도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보유가 현실이 된 시점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두고 갑론을박하기에 앞서 현실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핵확산을 반대하는 국가들과 공조하는 한편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이런 자주적 외교역량 확보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핵을 포함한 전면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하지만, 이런 군사적 초긴장상태를 방관할 수는 없다. 당장 민생 안정과 적폐 청산을 위한 국가역량이 분산되고 있다. 북핵 문제의 해법은 일각에서 퍼주기라고 폄하하는 햇볕정책이 아니라 제대로 된 햇볕정책이다.

햇볕정책의 본질은 자주적 평화통일과 민주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남한의 진정성을 북한에게 인식시키는 노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한의 진정성은 두 개의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첫째 방향은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을 동북아 국제정세에서 고립시키지 않는 것이며, 둘째 방향은 북한을 포용할 수 있는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난 9년의 막장 정권 동안 대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우리나라는 첫째 방향을 상실했다. 북한과의 대화 단절은 물론이고 주변 강국들과의 자주적 외교시스템이 망가짐으로써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가 북한의 계속되는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도발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최근 이명박 정부 때 자행된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있다. 소수의 권력층은 정권 보위와 사욕 추구를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고, 이익단체들과 재벌은 이들과 결탁하여 우리 사회를 장악했다. 남한이 북한을 정의롭게 포용할 수 있는 체제적 우월성을 갖지 못했으니, 둘째 방향도 상실했다.

보수 일각에서 민주 정권이 추구했던 햇볕정책을 왜곡하면서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고 있다. 햇볕정책은 돈으로 평화를 구걸하기 위한 퍼주기가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 체제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공법이다. 외세에 흔들리지 않고 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정석이다. 지난 9년 동안 햇볕정책의 본질과 완전히 동떨어진 대북정책의 결과로 벌어진 작금의 사태에 대해 그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는 것은 헛소리일 뿐이다.

강경론은 진심 어린 대화가 결렬될 때에나 가능한 것이며, 그것도 상대보다 월등한 힘을 가진 때에나 효과가 있는 법이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긴 세월 동안 대화의 창을 닫고 온갖 부정부패로 국력을 소진한 상태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대북 강경정책을 펼칠 수 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외세에 구걸하여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비굴함일 뿐이다.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 중 일부는 통일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면전, 특히 핵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없고 남북한이 공멸로 가는 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앞서 지금이라도 앞에 언급한 햇볕정책의 두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촛불 혁명의 정신을 계승하는 시대적 사명이다. 나는 이미 엉망이 된 대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나라가 당장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진정성을 갖고 대북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정의로운 국가 체제 확립을 위한 적폐 청산을 그 어떤 이유로도 미뤄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적폐 청산에 실패하면 자주적 평화통일의 기틀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핵무장의 유일한 해법은 햇볕정책임을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