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함을 열어젖혀 훔쳐가는 도둑을 막으려고 준비할 때에는 반드시 노끈으로 꽉꽉 묶고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자물쇠를 잘 걸어 둔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세속에서 말하는 지식이다. 그러나 큰 도둑이 들면 함을 메고 가거나 상자를 들고 가거나 주머니를 걸머지고 달려가면서 묶어둔 노끈이나 자물쇠가 단단하지 않을까봐 두려워할 뿐이다. 이러니 지식이란 것은 오히려 큰 도둑을 위해 쌓아둔 꼴이 아니겠는가.

금고에 넣어두면 도둑 맞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작은 도둑만 생각한 것이다. 작은 도둑은 밤중에 금고를 열고 훔치지만 큰 도둑은 대낮에 금고를 통째로 들고 가버린다. 어디 이뿐인가. 정말로 큰 도둑은 나라를 통째로 훔친다. 식자들이 잘 만들어놓은 법이 결국은 큰 도둑의 창과 방패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은 도둑은 그 법에 걸려들어 감옥에 간다. 그러나 큰 도둑은 오히려 그런 법을 제 장물처럼 가볍게 여긴다. 법망에는 벌레만 걸리고 정작 새는 거미줄처럼 가볍게 빠져나가는 것이다. 결국은 온갖 법으로 제도를 만들어 짜놓은 세상은 큰 도둑의 장물이 된다.

장자는 『장자』외편 「거혐」에서 말한다. 세상은 제도가 아니다라고. 안다는 자들이 혹세무민을 일삼고 세상을 헷갈리게 하고 백성을 깔보는 짓은 먹물깨나 든 자들이 저지르는 짓거리다.

식자들이 만든 통치라는 게 세상을 훔치고 국민을 속이고 등치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