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산길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나무꾼이 그 옆에 있으면서도 자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까닭을 물었다. 쓸모가 없어서 그런다고 목수가 대답하니, 이 나무는 재목감이 못 돼서 제 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장자가 말했다.』

『장자가 산을 내려와 옛 친구 집에 머물게 되었다. 옛 친구가 반가워하며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거위를 잡아 요리하라고 하자, 한 놈은 잘 울고 한 놈은 울지 못하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하였다. 울지 못하는 놈을 잡으라고 주인이 말했다.』

『다음 날 제자가 물었다. 어제는 산 속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제 명을 누린다 하셨는데, 이제 주인집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는군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쓸모가 없다(無所可用). 사람들은 무엇이든 쓸모가 없는 것은 버리고 쓸모가 있는 것은 시샘을 살까 두려워 감춘다. 그러나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은 사람이 제멋대로 정해놓은 것일 뿐 자연에는 그런 분별이 없다. 인간이 멋대로 정한 쓸모가 바라는 바가 되어 욕(欲)으로 이어진다. 이 욕이 나를 묶는다. 남이 나를 묶는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나를 묶을 뿐이다. 내가 무엇인가에 집착하므로 그 무엇이 나를 묶는다. 그 무엇이란 남이 정해준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그 무엇을 일반적으로 욕이라 한다. 그렇게 택한 그 무엇에 집착하다 내가 나를 묶는다. 무엇에 집착해 고집하지 마라. 그러면 나를 묶고 있는 밧줄을 내 스스로 잘라 끊어 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