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지난 15일 SBS의 첫 보도로 시작한 ‘손혜원 의혹’은 투기라는 국민의 공분을 살만한 소재, 손 의원의 극단적 반발과 언론의 무차별 융단폭격,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한 보수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맞물리면서 확산되고 있다. SBS는 나흘 연속 블록 편집해 하루 30분가량의 메인뉴스 시간에서 14~15분을 할애할 정도로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1면 톱만 3차례, 5일 연속으로 사설란을 손 의원 보도로 채웠고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도 1면과 사설을 통해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을 매일 보도했다. 네이버에서 1월 15일부터 1월 22일까지 ‘손혜원 의혹’을 검색하면 무려 11,600여건이 나온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국기자협회는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더라도 다른 사안에 비해 전반적으로 보도가 과열됐다’고 지적하며, 그에 비해 ‘손 의원이 투기했다는 구체적 물증은 어떤 언론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 부동산 투기 및 차명재산 의혹, 부당한 압력 행사 등에 대한 실체 규명은 검찰 손으로 넘어갔지만 ‘손혜원 의혹’의 보도는 저널리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여준다. 의혹의 본질은 투기 여부, 이해충돌소지의 여부 인데, ‘게이트급’에 버금갈 정도로 부풀리기식 과잉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몰아붙이는 식의 일방적 보도관행도 여전했다. 이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 보도는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사실과 진실에 기반해야 하며 상대방이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취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왜곡 보도에는 사실을 다르게 보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반론이나 해명 등을 충분히 보도하지 않음으로 시청자들이 오해하게 유발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그런 면에서 고모 손 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증여받아 ‘투기 의혹 건물’을 카페로 개조해 운영 중인 조카 손 소영씨가 SBS가 자신의 발언을 제대로 뉴스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당사자의 발언을 충분히 담지 않는 사실의 왜곡으로 이어질 요소가 있다고도 보인다.

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가운데,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우리 사회가 손 의원이 목포에서 한 일을 ‘모범’이 아니라 ‘범죄’로 인식한다면, 역사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좌절하고 토건족들의 파괴적이고 천박한 재개발 수법만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익 극대화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익을 위해 투자하는 행위조차 백안시하면, 결국 천박한 사익 추구 지상주의만 남게 된다”며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의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된 언론의 편협한 시각을 들추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한 보도도 심각한 문제이다. 목포 주민들이 요즘 뉴스를 보고 화가 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SBS의 보도 이후 목포MBC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연속으로 담아 보도했다. 물론 한쪽 의견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다른 언론이 보도하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가 유일하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김순규 목포MBC PD는 ‘한 지역의 문제를 다룰 때는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 충분한 다면적 분석과 사실 확인이 뒤따라야 한다’며 SBS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단순하게 구분해 보도했다고 주장한다. 목포 원도심은 지금도 밤이면 캄캄하지만 그나마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면 나아질까 생각했던 주민들이 이번 일로 사업이 무산될까 걱정이며, 정치에 악용당하는 것 같다며 외부에서 보는 시선 때문에 인터뷰를 꺼린다고 말한다. 그는 정확한 탐사 보도를 위해서 다양한 취재와 시간, 인력이 필요한데, SBS가 본질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함으로 오히려 반감만 얻을 수 있음을 다시 보여준 셈이라고 말한다.

‘손혜원 의혹’의 전반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중앙일보는 1월 21일 ‘김정숙 명의 文 홍은동 집, 매입자는 손혜원 前보좌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하며 손 의원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듯한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전 보좌관이 청와대로 들어가 김정숙 여사와 직접 거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는 사저 구입 배경과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국회 운영위를 열어 확인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측의 황당하고 일방적 주장을 검증도 없이 받아 쓴 것이다. 이런 보도는 정치권 공방이라기보다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이 거래는 이번 단독 기사를 낸 중앙일보를 통해 <문 대통령 홍은동 집 팔았다…시기와 이유는>(2018/1/17 이승호 기자) 이미 상세히 보도된 것이다. 매입한 사람은 김재준 청와대 행정관으로 알려졌다며, 당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거래 과정이나 거래 이후에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의원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까지 함께 엮어서 뭔가 대단한 의혹이 있는 느낌만을 풍기는 보도를 단독이라며 낸 것이다. 그리고 이 보도는 인터넷 상에서 엄청나게 유통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일까?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매지 마라”는 지적처럼 손 의원을 옹호할 생각이 아니다. 국민들은 예단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검증과 심층취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믿는다. 취재와 보도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지켜가는 언론의 책임있는 역할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