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간 최고의 통치자였던 제환공이 말년에 정치를 망치고 말았다. 제환공 주위에는 요주의 인물 세 사람이 있었다. 충신 관중이 죽으면서 환공에게 세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라 유언을 했지만 환공은 귀를 닫아 버렸다. 그리고 제환공이 병석에 눕자 간신 3인방은 뜻대로 농락했다. 그들은 병든 환공과 통하는 모든 통로와 언로를 차단하고 세 사람을 거치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환공을 만날 수 없게 했다. 환공의 병이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도 환공이 굶어 죽도록 방치했다. 그리고는 환공을 별궁에 숨겨놓았다. 이후 시체에서 구더기가 나와 별궁 담장을 기어나올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춘추시대를 호령하던 패주의 죽음치고는 너무나 비참한 최후였다. 권력이란 늘 말년이 문제다. 그레서 레임덕이란 말이있다. 또 『채근담』에는 ‘말년을 보면 그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제환공이야말로 말년에 충신의 말을 듣지 않고 간신배에게 둘러싸여 나라를 망친 전형적인 지도자였다. 환공에게는 역아·개방·수조라는 세 명의 간신이 있었다. 역아는 요리사로 어느 날 환공이 먹어보지 않은 것이 없는데 사람 고기만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자 그는 다음 날 새로운 요리를 올렸다. 환공이 너무 맛이 있어 무슨 고기냐고 묻자 자신의 어린 아들이라고 대답했다.

또 개방은 어머니를 떠나 15년 동안이나 외지에 있으면서 한 번도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매정한 사람이었고, 수조는 제 스스로 생식기를 잘라 환관이 된 뒤 제환공 곁에서 아부를 일삼으며 군주의 총기를 흐리게 한 인물이었다.

옛날이나 현대에나 명군이 되려면 자신의 의지와 가치가 살아있고 판단력이 있을 때 미래를 고민하고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