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성장더포럼 대표
김 성 중

우리나라의 지역화폐 운동은 1996년 『녹색평론』에서 레츠(LETS: 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1998년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미래화폐’라는 이름으로 지역화폐를 운영하였고, 이후 송파품앗이(1999), 대전한밭 레츠(2000) 등으로 전파되었다. 이제는 환경단체, 지역주민단체 등 민간부문에서부터 광역단체, 시청 등 공공영역까지도 시도하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지역화폐는 지역공동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주부 및 어르신들에게 자기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공동체의 자생력을 회복시킨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지역화폐는 특정 행정구역 내에서 통용되며 주민들이 소유한 자원을 교환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행정구역 밖으로 자원이 유출되는 것을 막으며, 외부 자원은 유입되도록 한다. 지역화폐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기반으로 결속력 있는 적정 수준의 회원규모와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지리적 한계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시군구 등 기초단체에게 유리하다.

서울 마포구의 공동체네트워크 ‘모아’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넘어 자립과 연대를 만들기 위해 2015년 만들어진 비영리조직이다. 처음 3곳에서 출발한 공동체가게가 135개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천원, 오천원, 만원으로 구성된 ‘모아’는 가게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 과천시의 과천품앗이 ‘아리’는 2000년도에 비영리단체로 창립했다. 120명의 회원으로 회비는 연 1만원이며 수시로 아나바다 장터를 연다. 실제 활동은 텃밭 가꾸기, 가방 만들기 등으로 유통 중심의 지역서비스를 제공하고, 2017년부터 전자통장 폰에 앱을 설치하여 이용하고 있다. 성남시는 2016년 1월부터 청년 취업난 해소를 목적으로 만 24세 이상 청년에게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상품권 가맹점 수는 7000여 곳에 이른다. 2016년 상품권으로 성남시 내 전통시장 매출이 약 26% 늘어났다. 가까운 군산시는 지역 화폐 ‘군산사랑상품권’이 2018년 9월 발권이후 현재까지 310억 원이 판매되었다. 상품권은 5천원과 1만원, 5만원 등 3종류로, 위기에 처한 군산 경제를 살리자는 시민들의 염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화폐는 이웃간 친밀감을 높여주고 지역 내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가구소득 증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어려운 점으로는 가맹점 등 거래대상과 거래물품의 확보와 사무국에 대한 인적ㆍ물적 지원, 지역화폐 활용 공간의 협소함 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지역화폐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화폐 인식 확산을 위한 주민 학습시스템의 마련되어야 하고, 다양한 지역화폐 모델과 지원방안을 구축하여야 하며 시범사업을 통한 우수사례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화폐에 비하여 제한적 기능 밖에 없는 지역화폐를 암호화폐로 사용할 경우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서울과 제주, 경기도의 경우 ‘블록체인(Blockchain)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를 활용하여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익산은 대표적인 소비도시다. 대형마트와 대기업 체인점의 동네상권 침해가 다른 중소도시에 비하여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 동네에서 쓰여 진 돈은 우리 동네 주변을 돌고 돌아야 하는데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까닭에 지역 상권을 보호하고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 도입이 다른 지자체 보다 훨씬 발 빠르게 진행되었어야 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른 지자체의 활동을 면밀히 분석하여 정제된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익산과 생활권이 인접한 주변 지자체인 지평선의 고장이나 와일드 푸드의 완주군과의 지역화폐 통합도 고려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대신할 수 없는 지방자치 시대. 우리의 역량을 결집하여 이 시대의 난관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우리 앞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역화폐가 익산을 살리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