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며칠 전 검찰과 경찰이 6.13 지방선거 출마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전라북도에서만 도지사를 포함하여 무려 10명의 기초단체장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전라북도 기초단체가 13개이니,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많은 당선자가 수사선상에 오른 이유는 선거가 그만큼 혼탁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선거법 준수에 대한 사회적 각성에 의한 것으로도 보인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선거 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잣대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하겠다. 공정한 선거 풍토 조성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인다.

수사 중인 사건들을 보니 유독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많다. 공직선거법에서는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가장 정직해야 할 선출직 공직자가 거짓말로 당선되는 일을 막자는 것이 선거법의 취지다.

선거는 유권자에게 말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지기에, 과장이나 사소한 실수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 그래서 허위사실 공표 여부를 명백하기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을 갖고 차분히 살펴보면 허위사실 공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보통의 유권자들이 쉽게 그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을 체계적으로 교묘하게 가공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다. 특히 SNS를 통해 정보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현실에서, 허위사실 공표는 어떤 것보다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금만 말장난을 하면 많은 유권자가 거짓말에 놀아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진행 중인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수사는 그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를 상대로 공표된 내용은 어구와 문구 하나 하나를 객관적으로 살펴서 허위 여부를 살펴야 한다. 즉 선거의 중대성을 놓고 볼 때, 공표된 허위사실의 경중에 따른 기소 여부는 수사당국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면 무조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재판 과정에서 공표 당시의 정황, 의도성, 표현의 강도, 횟수 등을 고려하고, 최종적으로 당락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양형을 결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무혐의 처리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선거에서 허위사실 공표는 특정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아니다. 선출직 공직자는 막대한 예산과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허위사실 공표 행위는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를 기망하여 당선됨으로써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극히 죄질이 나쁜 범죄다.

처음부터 거짓말로 권한을 차지한 자에게 제대로 된 공직 수행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그동안 거짓의 가면을 쓰고 공직에 오른 자들이 저지른 수많은 난행을 수도 없이 봐오지 않았던가? 따라서 수사당국과 법원은 허위사실 공표를 비롯한 선거 범죄에 대해 추상같은 벌을 내려서 그들에게 국민이 부여한 권한과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함으로써 사회의 안녕과 발전에 기여해야함이 마땅하다.

혹자는 행정의 안정과 지역내 갈등, 예산 및 행정력 추가 소요 등을 이유로 선거법을 위반한 당선자에 대한 당선무효형 선고에 회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태도야말로 부패 행정, 지역 갈등, 예산 및 행정력 낭비로 지역사회를 멍들게 하는 원인이다. 국가와 지역의 혁신을 통한 발전은 공정하면서 확고부동한 원칙 아래서만 가능하기에, 잘못된 선거 결과는 하루 속히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 수사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이나 이명박 사건처럼 중차대하고 복잡한 사건도 수사에서 1심 판결까지 그리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니, 납득하기 힘들다.

과거 선거법 위반 사건들을 보면 수사 및 재판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서, 때론 부당하게 당선된 자가 임기 대부분을 채우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러는 동안 단체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행정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수사당국과 법원이 집중적으로 사건을 다뤄서 범죄 여부를 빠르게 결정해야만 하는 이유다.

필부의 세계에서는 때로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할 수도 있지만, 선거에서 만큼은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 부정한 방법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반드시 세상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선거 범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할 판인데, 하물며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유권자를 우롱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번 수사 및 재판에서 승자의 불법이 용인된다면, 앞으로 공정선거를 기대할 수 없다. 누가 선거법을 지키겠는가? 그 어느 때보다 수사당국과 법원의 빠르고 철저한 법 집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