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역사 문화 회장
김 복 현

2018년도의 마지막 달, 그리고 올해도 10여일이 지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한 해를 돌아보니 한 일이 없는 것 같고 후회스러운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친다. 이제 2019년이 온다. 우리는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남은 연말 잘 마무리 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바야흐로 삶의 새로운 시간이 찾아오기에 새로운 각오로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늘 그랬듯이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하는 인사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청년이다. 청년이녀!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고 당부하고 싶은 생각이 우선 든다. 우리는 한동안 이 말을 믿고 삶의 신조로 삼으면서 생활해 왔다. 더 큰 야망을 가지고 더 눈높이를 높이고 더 발전하라고 청년들에게 이 희망찬 말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청년들에게 이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불과 반세기 만에 세상이 돌변해 버린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나날이 높아지는 고공 행진을 거듭하자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올리지 말고 낮추어야 한다는 말을 해야만 하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청년들의 취업기피로 구인난을 겪는다고 아우성을 치고, 3D업종엔 언제부터인가 외국인 노동자가 넘쳐나고, 취업한 청년도 조기에 퇴직을 해야 할 운명에 직면하고 있는 요즘 사회 흐름이다. 그러니 자연히 이 시대는 청년들에게 야망을 버리고 더 낮은 자리를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어느덧 우리 사회는 청년의 꿈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청년기 직업선택이 전체 인생 노정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청년시기의 직업선택이 평생의 수익과 안정된 삶의 형태를 상당부분 결정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기의 직업은 탐색과 투자의 과정이라고 하지만, 인적 자본 이론 (human capital theory)에선 청년기 일의 경험이란 숙련에 이르기 위한 투자이며 이 시기에 축적된 숙련도가 평생의 직업과 수익을 좌우한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요즘 청년들의 중소기업 회피가 욕먹을 일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단순하게 임금부터 생각해보자. 1995~2015년 까지 청년층 임금은 지난 20년간 상위 임금을 받는 직업일수록 상승폭이 커서 상위 5%에서는 90%정도 임금이 늘었지만 중간 이하에서는 50%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1980년대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질 임금 상승 추이도 그 격차가 30년 사이 생각보다 커졌다. 투자는 나아질 거라는 가능성이 있기에 하는 것인데 오히려 쪼그라들고 있으니 투자를 꺼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청년의 조기 퇴직도 마찬가지다. 청년 누구나 조금이라도 나은 직장 혹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할 의무와 권리가 당연히 있다. 그런데 청년직장인들의 빈번한 이직은 청년기 직업선택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여 지고 있다. 직장 탐색 이론에선 청년기에 자신에게 보다 더 잘 맞는 직업으로 옮기거나 조건이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는 것을 경력현상의 과정으로 본다. 청년기에 최적의 일자리를 찾는 투자를 게을리 하면 평생을 불만 속에 살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도 또한 있다. 한국의 청년 취업은 사무직이나 생산직에 입사해 경력을 쌓은 뒤 여러 직업으로 분산되는 구조를 수십 년 간 걸어왔다. 기술 혁신에 따라 고전적 일자리가 확 줄고 다양한 직종이 새로 생기는 와중에도 항상 그랬다. 혹시 동질적 인간형만 길러내는 교육이 문제는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국제경제 협력 기구(OECD) 국제성인 역량조사를 보면 한국 청년(25-35세) 평균 역량은 중상위권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상위1% 역량은 33개국 중 최하위권 하위 1%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청년의 역량이 이처럼 동질적이다 보니 일자리도 최상위와 최 하위권으로 갈 인력은 부족하고 중간 수준 일자리만 붐빌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젊은이의 삶을 재단하려드는 사회조건이 있다는 것도 있지만 우리세대는 국가 사회 조직발전에 온몸을 던져 헌신하는 역사적 사명을 완성하라는 성화 속에서 젊은 시절을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지금 젊은 세대는 꿈꾸지 말라고 강요당하는 모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청년 취업문제는 단순히 고용시장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답이 안 나올 것이다. 국가는 동질적 인간형만 길러내는 교육, 청년들의 고충에 진정으로 마음을 열지 못하는 세대 간의 몰이해, 인간보다 기능과 효율을 따지는 기업 문화 등 얽히고설킨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고 문제를 풀어 청년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도 이제는 청년기의 특수성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청년들의 갈 길을 밝혀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