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의 신 하백이 물었다. “무엇을 일러 하늘이라고 하고 무엇을 일러 사람이라고 합니까?”

북해의 신 약이 대답했다. 牛馬四足(우마사족)을 일러 하늘이라 하고, 落馬首(낙마수)와 穿牛鼻(천우비)를 일러 인간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으로서 天을 멸하지 말고, 꼬투리를 붙여 천명을 멸하지 말며, 덕으로써 명성을 탐하지 말라고 합니다. 천을 삼가 지켜 잃지 않음을 일러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윗글은 『장자』「추수」의 일부로 인간을 꾸짖는 대목이지만 후련함과 황홀감을 느낀다.

자연이란 우마사족, 소와 말이 갖고 있는 네 발이 곧 자연이요 하늘이요 땅이요 무위요 나아가 도라는 것이다. 네 발이 있으니 소와 말이여 얼마나 편하고 자유로운가, 네 다리가 곧 자연이요 무위요 도라고 북해의 신 약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문화와 문명, 즉 인위란 무엇인가? 약이 말한다. 낙마수·천우비라고. 말머리에 고삐를 매는 짓이 인간이요 문화요 문명이며 인위다. 소의 코를 뚫는 짓이 인위다. 말머리에 고삐가 없다면 말은 얼마나 편할까. 이에 반해 스스로 잘난 척 하지만 인간이야 말로 고삐 매인 말이요 코 뚫린 소가 아니던가.

「추수」편의 주인공 하백과 북해약의 문답을 헤아려 보면 누구나 왜 겸허해야 하는지 알게 되리라. 또 인간이 얼마나 작고 못난 소인배인지를 깨닫고 부끄러움이 뼛속까지 사무칠 것이다. 천지에서 보면 크다는 바다도 작은 구멍일 뿐, 그러니 크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작다고 기죽을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