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은미

필자가 결혼한 지 만 6년이 지났다. 둘이 지지고 볶고 알콩달콩 살아온 보금자리가 갑자기 내줘야 할 처지가 되었다. 예금리가 낮은 탓에 집주인이 전세를 갑자기 월세로 전화하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세금에 조금 더하면 지금 사는 작은 평수는 충분히 구입이 가능할 듯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은행의 도움을 받아 집을 간신히 마련하고 이사준비를 시작했다.

6년여의 단촐한 살림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맞벌이 2인 가구라 딱히 살림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TV와 소파는 놓지 않기로 약속하여 시작한지라 큰 짐이라고 해봐야 냉장고와 장롱정도였다. 그러나 이사가 간단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 중 절반은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체격이 바뀌어 맞지 않는 옷, 오래된 책, 묵은 회의자료, 각종 행사 기념품(이건 1개가 아닌 꼭 2~3개씩 가져오는 건지) 등이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왔다. 무작정 싸던 짐을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사용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여 놓기로 했다. 이 구분과정에서 서로 각자의 소중함의 척도가 달라 때로는 남겨둬야 하는 것에 대한 격론을 펼치기도 했다. 또 버리는 것에 구분된 물건을 서로 몰래 다시 가져다 놓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팽팽한 신경전과 많은 시간을 들여 정리하였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도 무심한 물건들이 버리려고 하면 물건을 잡는 순간 사용하게 될 경우의 수들이 마법처럼 파노라마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면서...... 이것은 소유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었다. 우리 일상에서 소소한 미련과 집착을 내려놓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남편이 살 빼고 입겠다던 작은 옷들을 포기하는데 대한 설득에 많은 시간과 공력이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내면은 소유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자유롭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일상에서의 탈출, 책임에 대한 압박에서의 벗어남 그리고 욕망의 일탈. 그럼에도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자유로움을 포기하고 매일 자신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우리는 왜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 우리는 왜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많은 소유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이사를 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생각보다 많은 물자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의 삶을 품위 있게 유지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훼손시켜야 하며 자연 일부의 희생을 받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많은 것을 버리고 공유하며 대자연에 대한 감사와 반성이 저절로 나왔다.

소유는 행복이 아니다. 소유와 비움의 적절한 균형이 오히려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할 것이다. 사람은 신과 같아지기 위해 바벨탑을 그리도 열심히 쌓았다. 그 결과 신에게 단일 언어가 나눠지며 민족이 흩어지게 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역사는 매번 바벨탑을 쌓고 부수고를 반복한다. 우리는 매일 마음속에 소유의 바벨탑을 쌓고 부수며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때로는 탑 쌓기를 멈추고 잠시 쉬며 마음을 가볍게 비워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