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해가 바뀌어 칠십대가 되니 이제야 겨우 철이 들었는지 지나온 날들, 갖가지 사연 등 가버린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Man is a thinking reed)라고 불란서의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cal 1623-1662)은 그의 나이 삼십대에 말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생각을 하게 되고 살아있는 한 생각을 떠나서는 한시도 견딜 수 없지 않나 생각된다. “때로는 이것저것 생각을 말자”는 생각까지 하면서도 생각을 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골치 아프게 생각을 하느라 애쓸 것 없이 그저 닥치면 닥치는 대로 살아가면 되지!’하는 것도 하나의 생각이니 생각을 지우고 살기는 불가능 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하는 생각은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므로 자신의 삶을 아끼고 사랑함은 물론, 소중한 삶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에서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의 힘을 빌리게 되지 않나 싶다. 삶의 과정이란 어쩌면 투쟁의 일면도 있어서, 투쟁의 어려운 과정을 이겨 나가기 위해서 ‘생각’이라는 무기를 사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겠다.

한평생 살면서 날마다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니 듯, 우리의 생각은 어리석고 단편적이며, 생각하는 삶 전체와 어떤 연관성을 가졌느냐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그저 그냥 그렇게 흘려가면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가끔은 삶 전체를 하나로 묶어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생애들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바라는 소망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예술가가 작품을 구상할 때 고심하듯이 하나로 연결시켜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테네 거리에서 백주 대낮에 횃불을 높이 들고 「나는 진정한 인간을 찾는다」라고 외쳤던 철학자가 있었으니- 낡고 컴컴한 통속에서 잠을 자면서 세속에 물들지 않고 오직 우주의 철리를 밝힌 그는 바로 디오게네스다.

알렉산더 대왕의 위엄과 설득, 그리고 간곡한 부탁과 애원에도 그에겐 한낱 검불과 같은 것이었다.

과연 무엇이 그로 하여금 세속의 욕망에서 그토록 초연할 수 있게 했을까?

한 마디로 이생에 대한, 즉 삶에 대한 신념과 믿음이 아니었을까? 되는대로, 닥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단 하루를 살더라도 보람과 긍지를 찾아 인생을 엮어가는 것이 최대의 삶이요, 목표였던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제멋대로 사는 사람은 많아도 제 뜻대로 사는 이는 많지 않다. 단 한 번 주어진 삶을 취생몽사 한다면 그게 어디 떳떳한 인생살이, 보람 있는 삶이라 하겠는가.

모든 사람이 눈치를 보며 적당히 현실에 타협할 때에도 홀로서 높이 「아니오」라고 소리를 외칠 수 있는 배짱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 그리운 현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 행복의 바탕이고, 열쇠인가를 아는 이는 많이 않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영웅호걸이라 할지라도 이와 같은 진리를 터득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망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성서에 이르기를 삶의 방법을 모르는 이는 잠 못 드는 밤이 많다고 한다.

뚜렷한 좌표도 방향도 없이 물결치는대로 흘러가는 항해는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요즈음엔 값싼 인생이 흔하디 흔하다. 주로 물질이나 향락위주의 인생론이다. 눈물 젖는 빵을 먹어본 사람이 아니고선 삶의 진실을 알기는 쉽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희망찬 새해 아침에 일단 인생의 삶이 쉬운게 아니라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미 시작된 이 삶의 과정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자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