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와서 자기 배와 부딪힌다면, 아무리 속이 좁은 자라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빈 배가 아니라 한 사람만 있어도 소리를 질러서 피하려고 합니다.

한 번 소리쳐서 못 들으면 세 번째 소리치게 되어서는 반드시 욕설을 하게 되고 맙니다. 아까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화를 내는 것입니다. 전에는 배에 사람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도 자기를 텅 비우고 세상에 노닐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 해를 끼치겠습니까」

윗글은 『장자』 「산목」편의 일부이고 뒷이야기를 더 해보자.

번거로움과 괴로움을 면하는 길을 말하고 있다. 그 방편으로 사람을 두고 부리는 자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자의 처지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높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러면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권세, 명성,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또한 번거롭게 산다. 번거롭게 사는 사람은 자기를 밝히는 일(明·명)을 못한다. 그래서 겸허할 줄 모르고 오만불손하다. 겸허한 인간은 물러서고 오만한 인간은 앞장서 드러낸다. 좋은 일을 했다고 자처하고, 칭송 받기를 바라는 짓을 거리낌 없이 행하는 인간은 오만하게 되어 세상을 얕본다.

이리하여 실명(失明)을 자초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자기 자신이 작음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곧 명(明)이다. 이렇게 되려면 나를 밝히고 나를 비워라, 그러면 나를 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에는 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너나 나나 모두 화(禍)를 복인줄 아는 세상이니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