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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의 정치

정신요양시설 삼정원장
김영주

요즘 여야의 국회의원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맨날 싸움이다. TV보기가 지겹다. 집단의 이익과 본인의 지위보존을 위해 국민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것도 아니면서 틈만 나면 국민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을 호구로 안다. 그래서 국회의원을 국개?의원이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적 신뢰도가 꼴찌인 1.8%이다. 이 정도가 되면 지각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국민 앞에 서서 참회와 반성을 하고,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를 하는 데도 의기 양양 오히려 국민을 앞세워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기만 할 뿐이다.

신년에 자주 등장한 덕담하나가 있다. 갑과 을이 살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경쟁관계에 있었다. 그래서 늘 한쪽이 망하는걸 보는 게 원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천사>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요. 당신의 소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라는 하늘의 명령이요.

<갑> 왜 나 같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 말이요?

<천사> 그건 나도 모르오. 소원이 있거든 순차적으로 말해 보시오.

갑은 어떤 소원을 먼저 말해야 할지 한참 궁리를 하고 있던 중

<천사> 아, 참~ 당신의 소원 중 하나를 들어주게 되면 당신의 친구 "을"은 두 배로 받는 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당신이 1억을 원하면 "을"은 그냥 앉아서 2억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은 무릎을 탁 치더니

<갑> 천사님, 제 눈 한쪽을 실명케 해주시오. (그렇다면 "을"은 양쪽 눈을 다 실명할 것이 아닌가!)

<천사> ??

천사가 여당 국회위원을 만났다면, 혹 야당국회의원을 만났다면......무슨 원을 말했을까? 위와 같은 이야기가 덕담으로 요즘에 등장할까? 의미 있게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가 성공하려면 진실의 정치를 해야 한다. 진실해야 한다는 것은 인생의 기본 조건이다. 진실이란 양심을 속이지 않고, 사람을 속이지 않고, 진리를 속이지 않는 일이다.

소태산(少太山) 대종사(본명 박중빈, 1891~1943, 원불교 교조)는 ‘원불교’라는 종교를 창립할 때 우리만 잘 살자고 만든 게 아니고 온 세상 잘 살려고 만들었다고 했다. 온 세상을 책임지려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다. 정치인도 그렇다. 국민을 책임지려는 마음으로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다.

정치는 진실함을 바탕으로 지혜를 산출해 내서 해야 한다. 지식으로만 하면 실패한다. 국가의 입법과 행정의 감시가 어떤 자신만의 경험, 종교적 신념 등이 개입된다면 싸움만 있을 뿐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음의 문제이다. 마음이 어리석으면 어떻게 될까? 결국 정치가 어리석을 뿐이다. 마음을 바로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떠한 현실이나 방안에 대하여 강한 집착을 하면 결국 맹신맹종을 하게 된다. 그게 굳어지면 합리적 지혜는 마비돼 아무리 합리적 현안이라도 거부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국정운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선각자(先覺者) 좌산종사(左山宗師)는 “마음을 세우는 것은 늘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암탉처럼 그것을 품고 살라. 그렇게 품다보면 알이 부화할 때가 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면서 답이 번쩍 떠오른다. 지혜가 올라온다, 정치인도 그런 암탉이 돼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가령 국가에 중요한 당면 과제가 있다. 그걸 푸는 게 정치인의 몫이다. 그런데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문제가 풀리겠나. 절대 안 풀린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정치인도 암탉이 돼야 한다. ‘남북통일을 어떻게 이룰 건가’ ‘빈부 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 그런 물음을 알처럼 품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지혜가 떠오른다. 그건 지식과 다른 차원이다. 상당수 정치인이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지식은 한계가 있다.”고 하였다.

또 “지식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는 선입견과 잣대와 집착이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지식으로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진영논리에 빠지기 쉽다. 국가 경영의 지혜는 지식과 달라야 한다. 보수와 진보는 국가경영에 있어서 꼭 필요한 두 축이요, 버팀목이다. 보수가 없으면 아름다운 전통을 틀스럽게 지켜갈 수가 없고, 진보가 없으면 발전지향의 새 영역을 일궈갈 수가 없다. 이 두 가치가 똑같이 있어야 한다. 하나라도 없으면 바퀴의 두 축 중에서 하나가 빠진 것과 같다. 두 축을 유지하다가 보수가 필요할 때는 보수를 쓰고, 진보가 필요할 때는 진보를 쓰는 거다”라고 했다.

주옥같은 말씀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동안 자신들이 생각해 왔던 선입견과 기존의 잣대, 집착을 내려놓고 현실의 문제를 품을 때 지혜가 떠오른다. 내가 가진 잣대와 집착을 내려놓지 않으면 결코 지혜가 올라오지 않는다. 그럼 국가 경영이 어리석어진다. 해처럼 밝은 지혜는 인간본연의 성품에서 나온다.

서로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진보도 보수를 수용하는 아량을 갖고, 보수도 진보를 수용하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현실 속에서 절대선과 절대 악은 없다. 다들 내 편은 절대선, 네 편은 절대 악으로 볼 뿐이다. 그게 좋은 게 아니다. 보수 대 진보 경쟁을 하지 말고, 누가 더 합리적인지 경쟁을 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는 그런 ‘합리(合理) 경쟁’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