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월드컵이 그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4강이 유럽 국가만으로 구성되는 등 이번 월드컵은 수많은 이변을 낳았다. 그중에서도 FIFA 랭킹 1위이며 지난 대회 챔피언 독일의 예선 탈락은 월드컵 최대의 이변으로 뽑힌다. 그런데 독일의 예선 탈락이라는 최대 이변의 중심에 우리나라 대표팀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거미손 조현우 선수의 활약은 세계 미디어와 축구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볼에 대한 집중력을 위해 평소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 상대 선수의 킥을 어떻게 분석하는지’를 물어보는 국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현우 선수는 ‘훈련할 때는 경기처럼 임하고 경기할 때는 편하게 즐기면서 훈련하는 것처럼 임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운동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연습은 실전같이, 실전은 연습같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이 말을 설명할 때 우리는 ‘주의’와 ‘환기’를 가지고 설명한다. ‘주의’란 특정 자극에 어느 정도 집중하느냐를 말하며, ‘환기’란 긴장상태를 이야기 한다. 우리는 평소 많은 양의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데, 노출된 모든 정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예컨대 회사까지 출근하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상점과 간판,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들, 그리고 음악과 뉴스 등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지만 모든 것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지나가다 마주친 지인, 음료를 사기위해 들른 편의점 등 주의를 기울이는 몇 가지만 기억하게 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때에도 배우가 입고 있는 옷이나 액세서리, 타고 다니는 차, 장소, 그리고 중간마다의 광고들을 접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기억하지 않는다. 특정 상황과 대사, 관심 있는 것들만 기억하게 된다. 즉, 우리는 수많은 정보들에 대해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마치 독서 등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주위에서 굿을 해도 모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이느냐는 ‘환기 (긴장상태)’의 정도에 달려 있다. 결론적으로 적정한 긴장상태에 놓일 때 많은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너무 긴장을 하거나 나른한 상태에서는 많은 정보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해마다 30~40여명의 전문 스쿠버 다이버들이 익사한 상태로 떠오르는 경우들이 있다. 이들은 물속에서 커다란 상어와 같은 무서운 동물을 볼 때 호흡기를 뱉어버려 익사하는데, 훈련이 부족하거나 전문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긴장하여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가장 얄미운 사람을 뽑으라 하면 훈수 두는 사람일 것이다.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등이 경기를 할 때 일반 아마추어 선수가 보더라도 훤히 보이는 수를 실수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너무 긴장하여 많은 양의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이며, 국가대항전이나 대국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스포츠에서만 보더라도 다른 국가대항전에 비해 한일전은 큰 관심과 더불어 선수나 국민들 모두에게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따라서 한일전을 중계하는 방송의 중간에 어떠한 광고가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관심이 집중되는 스포츠 경기의 경우 시청자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다른 정보들의 집중을 방해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때의 광고단가가 가장 높게 책정되는 것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선수들 또한 극도의 긴장상태에 놓이게 되면, 주위 동료들의 움직임이나 운동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되며, 준비된 작전을 수행할 능력조차 방해받게 된다. 따라서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여하튼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들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긴장상태에 따라 기울이는 주의의 양도 다르게 되는데, 이러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그 중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현저하게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에 유명세를 탔던 ‘선영아 사랑해’라고 하는 티저광고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광고는 여성포털 사이트인 ‘마이클럽’을 광고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엇을 광고하는지를 오랜 기간 모르고 있었다. 이렇듯 티저광고는 어떤 내용을 설명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소비자 정보처리 관점에서 보면 매우 효과적이지 못한 광고이다.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광고가 매우 크게 성공했던 것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광고 중에서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길거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주의를 끌지 못하지만, 외국 거리에서는 한국말에 귀가 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하지만,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조현우 선수의 말처럼 ‘연습은 실전같이, 실전은 연습같이’ 경기를 수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심리적 훈련을 받음과 동시에 수많은 연습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경기로 이를 극복한다.

우리는 월드컵 조별예선 기간 중 특정선수들을 거론하며 경기의 패배를 전가시키는 여론의 무서움을 경험하였다. 패배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전략을 수행하고 대응하도록 감독과 선수단을 채찍질하는 것은 당연하나 마녀사냥식의 책임전가는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패배의 원인을 모두의 책임으로 나누고 독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선수들의 긴장감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선진적인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