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창작을 기본으로 하여 활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예술가라 칭한다. 자연이나 인공물, 우리의 삶이나 사고방식 등을 바라보며 나름으로 해석하고 진단함으로서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는 자기자신의 아집과 독특한 표현방법이 있어야만이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예술가도 아니면서 아집의 굴레에 매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아 보인다.

그들은 편견이나 오류 착각과 같은 잘못되고 검증되지도 않은 지적 능력을 우상으로 받들어 모신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쓴 우상론에 의하면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은 신봉자의 넋을 얽어매는 굴레가 되어 갖은 횡포들 일삼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상은 올바른 지식의 적이며 마땅히 파괴되어야할 대상인 것이다.

주지하고자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물을 바라볼 때 자신, 즉 인간본위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새가 노래하고 나비가 즐겁게 춤추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새는 나름의 어떠한 고통을 호소하는지도 모르고 나비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 연장하기 위하여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유전적, 가정적, 사회적 환경이나 개인적인 취미, 교육정도 습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넓디넓은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앞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사고도 없이 우물 안 개구리와 같다고나 할까? 자신이 존경하고 선택하는 사람의 언행이라면 맹목적으로 믿고 자기가 들은 말이나 읽은 책을 맹신한다. 불로장생하는 신선의 존재를 믿고, 정치적 이념의 유토피아를 믿는다.

사람이 아집의 굴레에 얽매이게 되면 사물의 자초지종이나 선후 경중을 따지지 않는다. 아집의 노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설령 깨달은 후에도 거기에서 해방되기를 주저하고 거부한다.

그들은 개개인의 단위를 벗어나 이해득실의 관계로 얽혀진 조직력으로 그 집단에서 벗어나거나 그 행동 강령에 충성하지 않으면 고립되고 배신자, 변절자가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하여 더욱 철저한 아집의 굴레로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확보하고 어떠한 진리로 자신의 아집굴레 안에서만 이해하는 것이다.

현사회의 청소년들이 일정한 성장을 마칠 때까지 본보기로 삼아, 닮고 싶은 훌륭한 인물을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즉 로버트머튼이 말한 롤 모델(role model)이 없다와 상통한다.

우리사회는 불행하게도 흑백논리가 만연하여 인물을 평가하는데도 가혹하게 적용, 훌륭한 업적이 있다고 해도 조그마한 하자가 발견되는 즉시 그 업적과 인격이 전면적으로 부정, 나아가서는 반역자로 매도되기도 한다.

예술, 예술가, 그리고 창조자도 아집을 버린 균형과 조화라고 하는 합리성의 결과에서만 이해될 수는 없다. 창조(예술)의 작업에는 균형과 조화보다 더 진한 아픔과 자비가 있다. 이것은 합리성도 아니고 비합리성도 아닌 또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규범과 질서도 아니며 또 그 반대의 것도 아닌 우리의 아픔과 기쁨이라는 진한 삶의 숨결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으로 풀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모든 문학과 예술작품도 이것들을 초월하는 차원이어야 하며 숨 쉬며 몸소 느끼며 우리의 따뜻한 체온으로 전달되는 아픔과 자비의 영역이여야 한다. 그저 있는바 대로의 가장 가까운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 정치와 경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 가까울 수 없는 가장 가까운 것을 우리는 사랑한다. 우리의 마음이 아프고 우리의 손과 발이 아픈 것처럼 이를테면 추상적인 관념의 세계가 아닌 이 현실을 우리는 사랑한다. 우리의 신체가 있고 그곳에 진리가 있으며 살아 숨 쉬는 현실이 있다. 문화예술의 생명성은 살아가는 실상에서 비로소 존재하며 예술가 또한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