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바쁜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고, 한가한 사람은 무능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열심히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너 나 없이 분주하게 살아왔으며,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또한 언론의 일면적인 기사에 일희일비하는 성급한 단정으로, 보는 입장에 따라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다각적인 시각을 놓치고 있다. 철학자 한 병철 교수는 이러한 조급함과 성과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를 『피로사회』라고 진단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쿠키뉴스가 지난 8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58.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적 완화, BMW 화재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 현안 관련 정부 대처가 민심에 부합했는지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청와대 내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 ‘기무사 해편(解編)’을 지시했다. 해체 후 재편한다는 생소한 용어까지 사용한 국군기무사령부의 새 이름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정해졌다. 보안·방첩을 주 임무로 하는 정보부대의 명칭이 왠지 어색한 것은 그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 때문일 것이다. 독사의 이빨을 빼는 방식이라기보다는 독성을 한 30% 줄여보자는 미온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변칙 세습’이라는 비판을 받은 명성교회의 목사직 승계가 교단의 법적 인정을 받았지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이 7일 명성교회의 세습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국은 양심과 법원칙에 따라 판결했다고 강조했지만,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이어지는 교회 세습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의 주요 뉴스들은 가뜩이나 폭염으로 달구어진 우리들의 피로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나름의 해답과 시대대안은 무엇일까?
‘사색적 삶’이 첫 번째 대안이다. 오래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피로와 우울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현대인은 앞서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경쟁사회 구조 때문에 늘 조급하다. 삶의 여유를 망실하고 쫓기듯 살고, 쫓아가며 살아가는 마음이기에,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아갈 짬마저도 경쟁사회에 반납하고 서둘러 살아가고 있다. 잠시 멈추어 깊게 생각하면 영원과 인생의 의미, 역사의 이치를 조금씩 이해해 가며 자신의 생활도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무위의 힘’을 말할 수 있겠다. 힘에는 긍정적 힘으로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과, 부정적 힘으로서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있는데, 그 중 부정적 힘에 주목하는 것이다. 무력함이 아닌,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힘이다. 하나님은 창조를 마친 뒤 일곱째 날을 안식일로, 거룩한 날로 선포하셨는데 그날은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신성한 날이면서도 무위의 날이며, 평화의 시간이면서도 재창조의 날로 주신 것이다.
작금 우리 사회는 도덕과 신앙이 점점 사라져가고 경쟁과 이익만 남은 것 같다. 집단 간 갈등이 신문 첫 면을 차지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언론의 일면적인 기사에 일희일비하는 조급한 단정을 내려놓고 깊은 사색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다각적인 시각으로 조금 더 주변을 돌아보는 쉼과 여유가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