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에프니까 청춘이다’. ‘교수님은 농부도 아닌데, 성적표에 씨(C)를 뿌리나’. 7월 초 익산에서 펼쳐졌던 사회적경제주간 기념행사에 뭇 청년들이 내 걸은 표어이다. 이들은 익산광역시청년모임 회원들로 C~F 학점을 받은 대학생들에게 머그잔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단순히 낮은 성적으로 실망하고 있는 청년들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청년들의 문제를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익산광역시청년모임은 청년들이 타지로 빠져나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익산시도 광역시로 승격될 수 있다는 문제인식 하에 만들어진 비영리단체이다. 최근 익산청년협동조합이라는 사회적경제기업을 설립하여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는 마을기업에 선정되었다. 이들이 마을기업 사업으로 선택한 것은 공유주택사업으로 주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공유주택은 집합다가구주택(Shared Housing)이라고도 하는데, 비혈연적인 관계의 개인이나 가구들이 하나의 단위주택 공간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개인침실은 각 개인이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부엌, 식당, 거실, 화장실 등의 공용공간은 개인이 원하는 바에 따라 공유하는 주거형태를 이른다. 즉, 주택 요소 중 침실을 제외한 요소를 비혈연 타인과 공유하는 주택이다. 공유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주거비 외에도 함께 거주하고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대시킨다는데 있다. 공유주택은 코하우징(Cohousing)이라고 하는 집합공유주택과 구분되는데, 이는 개별적인 가정생활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면서 이와는 별도로 모든 거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과 시설이 갖추어진 주거형태이다. 예를 들어 개별적인 주거공간 외에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놀이방, 세탁실, 작업실, 창고, 육아시설이 따로 갖추어져 있는 형태이다.
공유주택은 도시화와 가구분화가 심화되면서 공동체에 대한 향수와 주거비 절감에 대한 욕구가 발현되면서 등장했다. 1968년 덴마크에서 전문직 맞벌이 가족이 가사노동을 줄이기 위해 공동양육과 공동저녁식사를 함으로써 시작되었으며, 현재 300개 이상의 주택이 건설되어 운영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계층과 유형의 공유주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로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이 공급한 8개의 공유주택을 포함하여 소행주 공유주택, 부산 일오집, 성산동 함께주택협동조합주택 등이 있다.
그 중 서대문 하나의협동조합주택은 8세대가 입주해 있으며, 총 공사비 37억 중 한국사회투자 기금에서 약 17억 원을 지원받아 건설되었다. 서울의 은혜공동체협동조합주택의 경우 5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데, 총 공사비가 45억 원 가량으로 1인당 9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건설되었다. 지하는 식당, 집회시설, 어린이 공간, 사무실, 밴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은 카페, 옥상은 정원, 그리고 게스트룸이 구축되어 있다. 이들은 강한 공동체 결속력으로 사회적 가족의 형태를 띠며, 주말마다 자발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월 공동으로 여행을 다닌다. 생활비의 경우 입주 전에 비해 입주 후 생활비가 50% 정도 절감되었다고 한다.
서구의 공유주택은 총 주택수에 비해 보급량이 매우 적고 보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대안주거의 형태이며, 민간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주택에 비해 공공의 지원과 개입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공동체가 파괴되었고 사회적 약자의 주거 수준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공동체의 복원과 주거복지의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공유주택은 대부분 주택협동조합에 의해 건설될 때 많은 장점이 있다. 개발에 대한 이익이 조합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일반 주택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도 저렴하고 공급자의 관점이 아닌 사용자의 관점에서 짓다보니 유지보수비의 절감효과가 있다. 건축물의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의 83.3%가 운용관리비용이라는 점에서 그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주택이 조합 소유일 경우 조합원은 모기지 설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신용평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신용이 낮아도 입주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택의 매각에 있어서도 취득세가 없고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만 있으므로 거래비용 또한 낮다고 할 수 있다.
익산청년협동조합의 공유주택은 익산시 최초의 사례이다. 청년들이 공유주택을 한다고 했을 때 수익성이 떨어지고 지속가능성이 낮아 위험하며, 몇 년 못갈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또한 여타 임대업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하는 비난도 들렸다. 그러나 위험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기성세대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이들의 사업을 염려하기 보다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들 청년들도 임대업과 같은 비즈니스적인 것을 넘어 청년문제, 노인문제, 환경문제, 교육문제 등 지역의 의제들을 발굴하고 시민들이 이러한 지역공동체의 문제에 참여하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단,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 조합원 내부의 갈등을 잘 관리하고 외부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배제시키는 것을 경계하길 바라며 본 사례들이 확산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공공이 참여하고 사회투자기금들이 모여 주거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되는 시민들이 없이 삶의 살림살이가 좋아지는 그런 익산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