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은미

우리 익산시가 행복도시로 청년들이 머물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요즘 청년들은 노인세대보다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2018년 ‘제 1차 인구포럼 저출산 고령사회 동상이몽과 포럼’에서 ‘청년세대가 노인세대보다 더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발표하였다. 조사에 의하면 청년세대 중 본인이 ‘매우 불행하다고 느낀다’에 25.2%, ‘조금 불행하다’에 48.2%하다고 답하였으며, 이는 총 73.4%로 10명 중 7명 정도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노인세대는 매우불행에 15.3%, 조금불행에 43.9%로 총 59.2%가 불행하다고 느끼며 이는 청년세대보다는 더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그러면 우리 청년들은 왜 불행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정해진 교육과정에서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보다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정해진 답안처럼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강박이 청년들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사회는 다름을 쉽게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타인이 보기에 번듯한 삶이 성공한 삶이고 타인이 인정하는 삶이 올바른 삶이라는 것이 정답지처럼 우리사회에 암묵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누군가는 대기업에 들어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작가로 또 누군가는 생산자로 살아가는 것이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면 꿈을 포기하며 정해진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편중되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수많은 청년정책지원도 필요하지만 우리 익산시는 청년들이 실패해도 따뜻하게 품어주고 그 실패를 딛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따뜻한 도시가 된다면 청년과 장년세대가 함께 어우러진 활력 있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그런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청년들을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 인근 도시 남원시 산내면의 주민자치 청년지원 사례를 보며 지역에서 우리 청년들을 어떻게 품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마을에 청년이 들어서면 환영의 시그널을 보낸다. 보통 농촌에 정착하게 되면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냐’, ‘결혼은 했냐’, ‘왜 취업은 안했냐’ 등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공개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마을에서는 환영은 하되 생활을 존중해주고 단 한명의 청년이라도 시골에서의 자립과 성장의 기회를 주기위해 마을 주민들이 함께 노력한다. 마을에서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관 주도의 지원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청년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물질과 마음을 지원해준다.

그 한 예로 마을의 오랜 전통인 청년들의 기본소득 지급이다. 마을 주민들 스스로 30여명이 작게는 5만원 많게는 10만원을 매달 자치회에 납부하여 마을에 들어오는 청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현재는 3명의 마을청년을 지원하고 있으며, 어떠한 조건 없이 월 50만원의 지급한다. 청년들이 기본소득을 받고 해야 하는 일은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 어떤 행위에도 구속이 없으며 성과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 된다. 다만 그나마 해야 하는 일은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의 소감을 작성하여 마을주민과 함께 공유하는 것뿐이다. 이것 또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기본소득 외에도 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청년에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펀딩하여 1,000만원의 식당 리모델링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살래 청춘식당 마지’가 그 예이다. 이것은 청년들이 마을에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지역의 어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격려와 지원차원에서 준 비용으로 성과에 대한 요구와 기대 없이 청년자립에 대한 맹목적 응원이 담긴 돈이다. 그 돈은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라는 칭찬과 ‘실패해도 괜찮다’는 격려일 것이다. 혹여 이들이 다시 떠난다고 해도 언젠가는 그 칭찬과 격려로 인해 마음속 깊이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산내면 주민들은 왜 이런 일들을 할까? 개개인의 이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지출이 늘어나는 일을 말이다. 과연 나는 타인을 위해 매달 1만원이라도 기꺼이 낼 수 있을까?

이 마을 역시도 인구감소에 따른 마을유지의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에 주민들은 청년들의 주거, 일자리, 교육의 문제를 청년 정주여건의 통합된 문제점으로 보고 청년들이 외부도 떠나가는 것을 줄이고자 서로 고민한 끝에 나온 행위일 것이다. 자체적 기본소득의 지급과 십시일반의 정착 지원금은 농촌의 지속가능과 지금 있는 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는 청년들의 이주는 나의 문제 또한 마을의 문제임을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에서 나온 자발적인 행동 실천이다. 이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들은 ‘안녕청춘’이라는 타이틀로 청년, 시민단체, 개인 10여명이 모여 마을의 지속가능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마을에 100여평의 부지를 마련하여 청년들의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마을주민들의 이러한 정성어린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남원 산내면의 사례를 보며 우리는 청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청년들은 어떠한 화려한 지원정책보다 청년들의 실패를 묵묵히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지역의 진정한 어른들이 필요한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