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최근 들어서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보수 야당 및 언론의 비판이 부쩍 늘어났다. 정부와 여당의 일각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에 회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최저임금 인상 및 복지 확대 등 소득주도 성장론이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한다고들 떠든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저임금노동자의 임금과 저소득가계의 소득을 높여서 소비기반을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 및 생산을 확대하여 소득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포용적 성장정책은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참여 기회 균등 보장, 성장 과실의 공정 분배를 통한 소득 양극화 해소, 복지 향상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자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포용적 성장정책의 일부분에 불과한 방법론이다.

사실 포용적 성장정책도 우리 헌법에 명시된 경제의 정신을 구현하자는 것일 뿐이다. 다만 그동안 대기업 및 자본 등 소위 ‘가진 자’ 중심의 비상식적인 경제정책이 우리나라를 지배했기 때문에 별것인 양 들린다. 내용을 보면 지극히 상식에 기반 하여 정의로운 경제구조를 만들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낙수효과를 떠들면서 대기업 및 자본을 키우자는 ‘비즈니스 프랜드리’의 결과가 무엇인가? 서민경제가 유지되는 것은 고사하고 말 그대로 고사(枯死)하기 일보 직전이다. 대기업의 서민경제 잠식과 횡포, 무리한 지대(地代) 부담으로 서민들만 죽어나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친(親) 기업 및 자본 정책에 찬성한다. ‘친하다’는 것은 그 대상의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성장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비즈니스 프랜드리’ 정책은 기업 및 자본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그동안 역대 그 어느 정권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 프랜드리’ 정책을 편 적이 없었다. 단지 정경 유착을 통해서 끝없는 탐욕을 채우기 급급했고, 짧았던 진보 정권에서 조차 일부 여론에 밀려 정작 근본적인 문제의 해법인 경제정의 실현에 실패했다. 이렇게 그들만을 위한 ‘거짓 비즈니스 프랜드리’ 정책이 오늘 우리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양산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 고용안정책, 복지정책 확대, 증세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보수 정당, 보수 언론, 기업단체 등의 주장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가? 단기적으로는 변화에 따른 진통 그것도 주로 서민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이 있을 것이지만, 1~2년 동안 이런 정책적 기조가 자리 잡으면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최근 20년 동안 IMF 외환위기, 카드 대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크고 작은 경제위기를 기업과 자본이 아닌 서민들의 눈물과 피땀으로 극복한 저력이 우리에게 있지 않는가!

이런 경제위기를 극복해낼 때마다 정작 원인 제공자였으면서도 가장 큰 수혜자였던 대기업과 자본은 살쪄갔고, 희생자였던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져왔다. 더욱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업과 자본은 그나마 알량하게 만들었던 일자리마저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시대 진입으로 위축되고 있는 서민경제 영역까지 잠식하고 있으니, 이제 국가경제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꿔봄이 당연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업체에 일차적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그동안 비정규직 및 하청업체의 저임금을 통해 부당하게 혜택을 누려왔던 대기업에게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서민들은 저축은커녕 버는 대로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그 대부분은 대기업에게 가는 그릇된 경제구조가 자리 잡은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경제의 활성화는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영세업체의 어려움을 해소시키고 서민경제의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시행해야만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넘어서는 포용적 성장 정책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요구된다. 대기업 및 자본의 무분별한 서민경제 영역 진출을 규제하고, 증세와 함께 강력한 탈세 방지를 통한 경제적 약자에 대한 공정 분배를 실현하며, 복지 향상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등을 추진해야 한다. 경제의 룰이 바뀌었으면 정책의 룰도 그에 맞게 바꿔야 한다.

결국 국가 체제의 모든 분야에 대한 개혁을 해야만 우리가 겪고 있는 나아가서 겪어야 할 경제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경제의 하층부 몰락은 경제 전반 붕괴의 서곡이다. 경제를 단순히 경제적 측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이 난국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봄이 마땅하다.

응급의료계에서는 중증 응급환자를 제대로 처치할 수 있는 시간을 골든타임으로 부른다고 한다. 이때를 놓치면 환자가 생명을 잃거나 요행히 살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세상만사가 골든타임을 갖고 있으니, 아마도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성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문재인 정권과 여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촛불을 들었던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 기업과 자본이 사회를 배려하는 정의로운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경제가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