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100세 시대라고들 말하지만 단순한 삶의 연장이나 가치관이 단절된 장수라면 큰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우리 모두는 모자라는 부분을 힘겹게 채우며 악착같이 결과에만 만족하며 살아왔지만 그것이 행복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지자(知之者)는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요, 호지자(好之者)는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니라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느니라.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5~60대 이상의 우리들은 대부분 열심히 앞만보고 뛰면서 일만 죽어라 했지 즐긴다거나 놀이 문화에 빠져보질 못해서 그 방법이나 여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행복하다고 반복하여 이야기하는 노인의 말씀에 무엇이 행복의 조건인지 묻고 싶다.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떠한 자세와 삶의 태도 등 욕심이 많으면 성취도가 높아도 만족도가 떨어지고, 배려와 양보, 서로 소통하는 조화, 조금만 가지고도 만족 행복해 할 줄 아는 여유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끈임없이 경쟁하고 싸우며 살벌한 도시환경은 더욱 우리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

또한 여야 정치인들은 정치를 하는 건지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가 구분이 안 되게, 웃음이 사라진지도 정치가 우리를 웃게 만든지도 오래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이든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거울이미지 효과’처럼 모진 말을 반사하듯 주고받는 동안 정작 해야 될 중요한 사안들은 안 해도 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전문 정치인이 아닌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학력수준이나 지적 능력이 우수하여 정치에 대한 기본이 되어있다. 따라서 우선 싸움이 있는 곳에 정치가 존재한다고 믿고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싸우기 위해서 정치가 있다고 용납할 수는 없다. 현대사회 즉 우리 인간사회에서 갈등과 다툼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치의 역할과 기능이 있는 것이지 반대로 정치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싸움을 인위적으로 조장한다면 그것이 바로 반사회적인 일이 아닌가 확신해 본다.

우리 모두가 당면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없는 갈등을 만들고 사소한 실수를 헤집어내 최대화하려는 것을 정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 예술인들의 짧은 소견으로 정치는 조금은 아름답고 멋진, 그리고 유모어가 곁들인 동시에 밀당이 오고가는 사랑싸움 같았으면 싶다. 그러나 인간의 정치가 알고있는 근본적인 어려움은 갈등적인 서로의 요구 혹은 해결할 수 없는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일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정치라고 하는 인간활동은 이율배반을 감당해내지 않고는 실천될 수 없다고 말한다. 상식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규범이나 도덕적 기준을 확대해서 정치를 하고 다루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은 모양이다. 자신의 영혼이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익을 위하여 악마의 칼을 손에 쥐어 휘둘러야 할 때가 있는 것이 인간의 정치가 아닌가 싶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느니,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한 마디의 말이 천냥 빚도 갚는다 등 언어의 힘은 대단하다. 특히나 정치언어의 역할은 변화와 개선을 위한 가능성의 공간을 확대하는데 있다 하겠다. 상대방이 거부감을 갖도록 정형화된 이미지를 부과하여 소모적이고 의미 없는 갈등을 지속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강제나 억압이 아닌 설득의 힘, 언어의 힘을 통하여 실현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언어가 좋지 않다면 그와 같은 공동체에 가까이 접근하여 하나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변화와 개선을 이끌어갈 적절하고 합리적인 언어를 쓰는 일이 정치가의 의무이자 규범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공동체를 사람 살만한 풍요로운 곳으로 만드는데 있어 최고는 생산도 성장도 기술도 아닌 좋은 말의 효과에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지 못하면 정치의 긍정적 기능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