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역사문화연구회장
김 복 현

세월은 쉼 없이 흘러가는 물이다. 늙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음을 절감하면서 살아가는 요즈음이다. 그래서 늙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같이 해보고자 한다.

‘늙는다’는 것은 영어로 ‘에이징(aging)’, 우리말로는 ‘노화(老化)’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노화는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노화를 거부하려고 한다. 그러나 노화는 흐르는 물과 같이 가고 있다. 그나마 전통사회의 노인은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품은 공경의 대상이라고 하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 어쩔 수 없이 같이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100세 시대가 되었다. 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14%이상)에 진입한 2017년 한국의 노인 기대수명은 82.7세가 되었으며 사망자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사망 연령은 88세로 이 수치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한편 노인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우리사회에는 노화 방지(anti aging) 열풍이 광범위하게 불고 있지만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최상의 건강관리를 받았던 왕의 평균 수명은 46세였다. 통계수치가 만들어진 이후 일반인의 평균수명을 보면 1940년대 45세, 1960년대 52.4세에 불과했다.

요즈음 첨단 현대 의학이 도입되면서 인간의 수명은 반세기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아쉽게도 길어진 수명은 노년기에 집중적으로 더 연장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50세가 과거의 25세의 체력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노화를 말하면서 사랑스러운 노년, 축복받는 인생, 100세를 위한 러브 에이징(love aging)이 되도록 해야 한다. 노화는 장수와 동반되는 자연현상으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의학적으로 노화는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취약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노인이 되면 지금도 건강은 젊은이 못지않다며 노익장을 과시하기 보다는 자신의 체력을 파악하고 체력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일단 노화가 진행되면 먼저 각종 장기의 기능이 저하돼 만성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또 60년 이상 사용한 골격은 마모되고 근육도 줄면서 순발력 유연성이 모두 떨어져 쉽게 피로해지고 관절통이 저절로 생긴다고 한다. 따라서 몸이 아플 땐 장수의 자연스러운 대가로 생각하고 몸 관리법을 익혀야 한다. 죽을 때까지 안 아프고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불로초(不老草)를 찾았던 중국 진시황(秦始皇)의 과욕을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몸이 쑤신다면 먼저 아침저녁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하면서 관절 부담을 먼저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운동도 노화된 내 몸에 맞아야 보약이 된다. 만일 청 · 장년기에 산악자전거, 테니스, 스키 등 스피드 운동을 즐겼다면 노년기에는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태극권 등 관절 부담이 적은 종목이 적합하다. 여기에 러브 에이징을 위해선 뇌의 변화를 인정하고 대처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흔히 노인이 되면 학습능력이나 기억력은 떨어져도 성격은 온화해진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노화된 뇌세포는 생각의 유연성, 응용력, 추상력 등을 줄여 매사를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게 한다.

그 결과 본인의 생각을 중심에 둔 채 배려 없는 배타적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옛것과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고집불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노화된 뇌의 전두엽에서 일어나는 퇴행성 변화 때문에 욕망과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지나쳤을 사소한 일에 갑자기 불같은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배우자나 자녀와 격한 대립 끝에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물론 노인이 되었다고 해서 누구나 인격이 퇴보하고 난폭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년기 언행은 젊을 때 인격이 강화되어 표현될 뿐 없던 성격이 새로 만들어지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물욕도 점점 더 커지기 쉽다. ‘공자는 노년기에 소유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는 자신을 내세울 유일한 방법이 소유라 생각해 물욕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한창 시절에 존경을 받던 명사가 노인이 되면서 세간의 비난도 불사하고 돈 권력 명예를 갈망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도 물욕 때문이다.

긴긴 노후를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랑을 주고받는 러브 에이징 시기로 만들려면 ‘내가 왕년에’라는 식의 독단적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조선시대 왕보다 훨씬 더 편리한 세상에서 두 배나 오래 사는 행운에 감사하면서 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러브 에이징은 행복한 100세 시대를 위해 노인뿐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고민해야 할 삶의 지혜이자 전략이다.

평생 청춘으로 살 방법도 없고 노인 따로, 청년 따로 살수도 없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과 더불어 좋은 인격과 지혜를 갖춰 사랑으로 교감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사랑 없는 인생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과욕을 버리고 인생 후반기 30~40년을 사랑받는 사회인으로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노욕(老慾)을 부리면서 추하고 외롭게 보낼 것인가? 각자의 선택이지만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