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선생님, 이 여자는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예수님 앞으로 한 여인을 끌고 온 종교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행동에서 사전모의와 계략이 암시되고 있다. “율법에는 이런 여자를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종교지도자들이 이 여인을 데려온 것은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몰라서 자문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이 여인이 행한 죄악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오로지 예수님 한 사람을 시기하고 넘어뜨리기 위해 또 다른 한 사람을 정죄의 도구로 사용한 것뿐이다. 지금 그들의 관심은 이 여인에게 있지 않고 예수님이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보려는데 있다. 교활한 종교지도자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하나같이 예수님께서 ‘예스’ 또는 ‘노’ 어느 쪽으로 대답해도 궁지에 빠지게 하는 아주 교묘한 것들이었다.

누구보다 율법을 가장 잘 아는 자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주신 율법을 가지고, 하나님의 아들을 시험하고 이웃을 정죄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법을 이용해 공의와 정의를 구현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해관계만을 쟁취하는 이 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완악함을 아시고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신다. 무엇을 쓰셨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떤 기록에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죄악들을’이라는 구문이 덧붙여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반응을 고려할 때 구체적으로 그들의 이름과 죄들을 기록하신 것은 아닐까 추측해보기도 한다.

드디어 예수님이 일어나 율법에 근거하여 ‘돌로 치라’는 판결을 내리신다. 율법의 적용과 실행에 대한 질문에 율법의 내용으로 답변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여인은 사람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기 직전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하시면서 사형 판결에 단서를 하나 붙이신다. 예수님은 돌을 들고 있는 무리의 양심에 도전하신 것이다. 예상치 않은 말씀에 순간 침묵이 흐른다. 예수님이 다시 몸을 굽혀 땅에 무엇인가 쓰실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던 사람들이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서 어른으로부터 시작해 모두 그 자리를 떠나게 된다. 쉴 새 없이 질문하던 모습과 할 말을 잊고 조용히 돌아가는 모습이 큰 대조를 이루는 이 장면은 요한복음 8장의 이야기이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하신 예수님의 지혜로운 대답은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여인을 살리셨고, 예수님 자신도 유대인들의 올무에 걸리지 않고 벗어나게 하였다. 여자에게 정죄하던 자들이 아무도 없게 되자, 예수님은 여인에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라고 선언하신다. 죄질이 가볍기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사랑이 너무 크시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이신다.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라는 명령이다. 이것은 예수님이 죄를 용서하시지만 죄를 허용하는 분이 아님을 보여준다. 죄를 안고 살아가는 이 세대를 향해서도 동일하게 들려주시는 말씀이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예수님이 행한 이 일을 통해 이 시대 속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이 있다면 무엇일까?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을 보기 전에 먼저 우리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죄가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들어 여인을 치라 하면서 무리들의 시선을 예수님이나 여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셨다. 남에게 돌을 던질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함을 깨닫게 하신 것이다. 죽어 마땅한 죄인으로 여겨진 여인을 예수님은 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로 보신 것이다.

조국 장관의 사퇴 이후, 이철희 국회의원이 더 이상 부끄러워 견딜 수 없다며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리 정치가 한심하고 많이 부끄럽고 앞으로 바꿀 자신도 없다."는 것이 그의 불출마 선언의 이유이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서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일삼고 있는 패거리 같은 정치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자 절치부심의 자기반성이다. 적반하장, 여반장, 후안무치, 내로남불, 아니면 말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리 정치상황을 비꼬는 말들이 넘쳐난다. 그래도 국회의원 어느 한 사람도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철희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용기'라기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정치란 단순한 이념과 표 대결이 아니라 국민의 꿈과 삶을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이며 국민이 선택한 국회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경기 중에 이인삼각 경기가 있다. 이 경기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만 이길 수 있다. 내가 잘 달린다고 해서 앞서가려고만 하면 오히려 함께 넘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여당과 야당이 극한 대립으로 국회를 운영하면 국민은 정치를 외면하게 되고,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뒤처지고 만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지혜로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는 경고를 새기면서, 여당과 야당이 서로 한발씩 묶고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양보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풀어가는 모습을 기도하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