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지난 2개월 동안 온 나라를 여러 쪽으로 나눠났던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가 결국 사임으로 일단락됐다. 조국 일가의 위법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고 향후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가 갈릴 것인바, 유무죄에 대해 아직은 논할 필요가 없다. 다만 조국이 부패한 기득권으로 몰려 사임했기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를 개혁하라는 촛불혁명의 취지를 되새겨야 할 때다.

그동안 거의 대부분 언론에서 조국 일가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경쟁적으로 양산해냈다. 이는 피의사실을 흘린 것으로 의심받는 검찰과 정쟁의 수단으로 조국 일가를 물고 늘어진 야당, 갈등을 먹고 사는 언론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조국 일가는 범죄 여부를 떠나 만신창이가 됐고, 대통령 및 여당의 지지도는 치명타를 입었다.

나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이 야당, 검찰, 언론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과단성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한 청와대와 여당에게 마땅히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먼저 조국의 사퇴에 대해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뚜렷한 쇄신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국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건국 이래 권력형 비리가 아닌 경우로 한 사람에게 이처럼 많은 뉴스가 집중된 적이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조국 장관’이라고 검색을 해보니 조회되는 뉴스가 자그마치 20만 건을 넘고 있다. ‘최순실’로 검색된 뉴스가 54만 건이니, 거의 모든 언론이 나서 조국 일가를 탈탈 털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국 일가에게 죄가 있다면 재판을 통해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검찰이 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조국 사태를 주도한 검찰, 엄청난 뉴스 폭탄으로 온 나라에 융단 폭격한 언론, 조국 사태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한 야당 등은 이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관련자들은 사임하고 수사 과정의 문제 여부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언론도 더 이상 언론의 자유와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미명하에 허위·과장 보도로 온 나라를 쪼개 놓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민생이 시급한 마당에 국회 대신 장외로 나가 국론 분열을 부추긴 야당 또한 법적 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조국 일가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면, 당장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주도력이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국가개혁을 외친 촛불혁명의 정신은 조금도 훼손될 수 없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처절하게 반성하고 미진했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조국 사태는 조국 일가에게 말할 것도 없이 큰 시련과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게는 한층 더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발판 3개를 만들어줬다. 작금의 조국 사태를 의미 없이 넘긴다면 소모적 국론분열과 정쟁으로 끝나겠지만, 사태의 과정에서 표출된 국민의 뜻을 받든다면 우리 사회 전체가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발판은 고위 공직자나 사회지도층의 비리나 범죄 수사에 대한 검찰의 잣대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일개 각료와 관련된 사건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보다 많은 검사들이 투입되고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현재 또는 미래의 유사 사건들도 이와 같은 식으로 진행됨으로써, 소위 특권층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고 예외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졌다.

두 번째 발판은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고위 공직에 나가려는 자에 대한 인사검증 기준이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에 대한 검증까지 철저히 함으로써, 그동안 인선 과정마다 불거졌던 후보자의 범법행위 및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자만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따라서 고도의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자만이 국정을 책임질 수 있기에, 향후 어느 정권이 집권하든 보다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세 번째 발판은 언론 및 가짜뉴스 양산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물을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언론의 영향을 차치하고라도, 최근 자행되고 있는 언론의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보도에 대해 합리적인 제재를 가해야 할 때가 왔다. 허위·과장 보도를 하는 언론이나 가짜뉴스 유포자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사회에 횡횡하는 불신을 없애가는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만 한다.

이제 어떤 방향으로든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기관과 헌법상 자유를 행사하는 언론에 대한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 국민의 견제와 심판을 받지 않는 성역은 앞으로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핑계로 매번 재벌들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어쭙잖은 꼴도 이제는 사라져야만 한다.

국민들의 삶은 하루하루 힘들기 짝이 없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나라 걱정을 하면서 광장으로 뛰어나가 소리 높여 정의와 개혁을 외쳐야 한단 말인가? 모두가 공평한 이상적 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우리 국민들의 염원이 그토록 같잖단 말인가?

이제 조국 사태로 혼란과 갈등을 만들어낸 정치권, 검찰, 언론이 답해야 할 차례다. 조국 사퇴를 계기로 결자해지의 자세로 책임을 지고 국가개혁의 밀알이 돼야 한다. 조국 일가에게 들이댔던 준엄한 기준을 그대로 자신들에게 들이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