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역사문화연구회장

김 복 현

나는 누구인가.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여기에는 신화적 세계관과 철학적 세계관이 함께 존재하고 있으며 철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탈레스”와 “헤라클레이토스”가 등장한다.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물음에 탈레스는 물이라고 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라고 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생명이 태양의 생명이라고 빚을 지고 있음을 본 것이었다면 탈레스는 물이 있어야 생명이 활동을 할 수 있음을 본 것이다.

또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물음에 엠페도클레스는 물, 불, 공기, 흙의 4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불가(佛家)에서도 물, 불, 바람, 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엠페도클레스와 통하는 말이다. 하지만 탈레스의 물이 불, 공기, 흙을 외면했다거나 헤라클레토스의 불이 물, 공기, 흙을 외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당시 철학자들은 그들에게 근원이 되는 물질이 충분히 여기저기 뻗어나가 가지치기를 할 수 있는 부동의 중심이 있었다고 내다본 것이다. 그럼에도 물, 불, 공기, 흙으로 설명한 방식이 삶의 관점에서는 쉽고 의미 있고 매력적이었다.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를 삶에서 실천한 사람이 등장하니 그는 농부 철학자 “라비”다.

그는 농사꾼이다. 그는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오랫동안 전기도 수도도 없는 환경에서 살았으며 온몸으로 계절을 느끼며 아스팔트가 아닌 땅을 밟고 살면서 땅에서 난 것을 직접 거둬먹는 삶이 건강한 삶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는 현대인의 불안과 스트레스 신경질환의 원인을 4원소 부족에서 온다고 진단했다.

흙에서 난 우리가 흙을 밟지 않고 사니 흙 부족이고, 매일 시도 때도 없이 마시는 물, 정수된 물만 마시니 물 부족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또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오염된 공기만 마시니 공기 부족이고 태양빛을 자외선이라 피하고 다니니 불 부족이라고 보았다.

빌딩건물에 갇혀 살다가 요즈음처럼 높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어느 날 피부에 감기는 바람에 취해 숲을 산책하거나 산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복감을 느낀다.

‘태양이 바로 몸 밖의 심장이었구나! 대지가 바로 몸 밖의 심장이었구나! 대지가 바로 몸 밖의 살이었구나!’하는 고백의 삶 속에서 ‘4원소를 충분히 느끼는 일이 깊은 아름다움의 원천이요, 삶의 원천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 문명은 강을 따라 형성되고 발전되었다. 강물이 바로 몸 밖의 혈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바다는 어떤가. 바다를 사랑해서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쓴 이생진 시인은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다’라고 쓰기도 했다. 바다와 일체를 이룬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바다는 우리의 전생이고 우리의 미래다. 오늘의 문제는 일본이 그런 바다를 오염시켰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저장 탱크에 갇혀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버린 것과 같은 일을 저질렀다. 태풍 핑계를 대고 방치한 것이다. 100만 톤이나 된다고 하니 그 양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얼마 전 일본은 이제는 퇴임을 앞둔 환경상을 내세워 해양 방수 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국제 여론의 간을 보아왔다. 그러다가 태풍이라는 자연 재해를 핑계 삼아 바다로 흘러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고의는 아니라고 하지만 대비를 허술하게 한 것이다. 그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안이라며 오염수는 정화하면 괜찮다는 말은 아무도 믿지 못할 부끄러운 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조용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방사능 오염수는 물에 그냥 희석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에서 해류를 타고 제주도 바닷가로 오는데 200일쯤, 1년이면 동해 바다 전체가 오염된다고 한다. 3년이면 미국 서부 태평양 바다까지 오염시킨다고 한다. 그 오염된 물을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사람이 먹는다. 먹이 사슬 역할을 하고 있는 물고기를 먹을 수 없다고 상상해보면 앞이 캄캄해진다.

해양 생태계의 재앙이 인류의 파멸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 일본은 경제적인 방안이 아니라 그린피스의 주장대로 ‘환경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나 일본은 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편리한대로 한다. 일본이 그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구체적 연대를 통해 도쿄 올림픽까지 보이콧하는 것도 카드라고 생각된다. 방사능 오염수를 그대로 방류하게 두는 건 자연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인류가 두고두고 후회할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하는 것이다. 오염으로 모욕 받은 바다가 내지르는 분노의 목소리는 궁극엔 인류를 향할 것이다.

이래도 방관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미세먼지로도 고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