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다가오는 4월 15일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다. 선거 때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공통의 공약들을 만들어 후보들에게 제시해왔다. 의례히 이번에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대선이나 지방선거에 비해 총선은 별로 재미가 없다. 특별한 기억도 없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제시한 공약 중 이루어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 대통령은 저번 대선에서 사회적경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청와대에 사회적경제비서관을 설치하고 부처 및 분야별 사회적경제 정책들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법 개정이 어려운 부분은 시행령 등을 통해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특히, 전북에서는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설립을 대통령 공약에 넣었고 올해 군산에서 사업이 시작된다.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지자체가 사회적경제 기본조례를 제정하였고 전담부서와 중간지원조직을 설치하였으며, 사회적경제조직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몇몇 정당의 지역위원회에서는 사회적경제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대선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의 여건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여건이 나아졌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대 국회에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국회 내 사회적경제 특별위원회 설치’, 그리고 사회적 금융과 다양한 연합조직 설립 등 ‘법제도 개선’을 ‘3대 약속’으로 제시하였다. 현재 ‘3대 약속’ 중 이루어진 것이 없이 다시 21대 국회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행정부에서 제도개선 등을 통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말이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시작되어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아직도 제정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너무도 안타깝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개의 지자체가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있는 바, 사회적경제를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규정하며 각종 제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상위법의 부재는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법 제정의 필요에 반대하는 일부 의견 중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상 자유시장경제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던 시기가 단 한시기도 없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보면, 또한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들이 그 동안 그들에 유리한 각종 시장규제 등을 통해 성장을 하고 부를 키워왔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4.15 총선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제발 들어주세요’라고 부탁할 공약을 또 다시 만들고 있다. 이번에는 ‘10대 공약’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노동자협동조합의 ‘5대 부문 3대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10대 공약’은 제도 부문으로 ①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②사회적경제조직을 통한 지방균형발전 도모, ③사회적경제조직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조세 및 기업환경 마련, ④지방정부와 함께 사회적경제 기금 조성, 일자리 균형발전 부문으로 ⑤사회적경제를 통한 청년문제 해결, ⑥사회적경제를 통한 프리랜서(플랫폼) 문제해결, ⑦사회적경제를 통한 소상공인 활성화, 그리고 공공혁신 부문으로 ⑧생활 SOC 연계를 통한 사회적경제 조직 활성화, ⑨공공분야 서비스사업의 사회적경제 조직 위탁 운영 확대, ⑩유휴 공공자산 사회적경제조직 위탁 활성화로 구성되어 있다.

본 필자는 ‘사회적경제조직을 통한 지방균형발전 도모’를 맡아 기본 공약을 제안하였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49%가, 공공도서관 등 문화기반시설의 약 36%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1,000대 기업 본사 4곳 중 3곳이 수도권에 분포되어 있는 현실에서 지방의 균형발전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생활용 SOC 차이가 최대 50배에 달하는 등 안전 복지, 환경, 문화 등의 격차가 날로 커져가는 등 수도권과 지방의 기형적 불균형은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지방의 문제는 지방에서 끝나지 않으며, 이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됨에 사회적경제와 그 참여조직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자본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여 균형발전을 촉구함으로써 지방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자 공약들을 제안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관협의체 및 행정협의체 구성, 공공서비스 사업 등의 진입장벽 제거, 사회적경제혁신타운 등 혁신센터 설립, 사회적경제 기본조례 제정, 사회적경제 기본계획 수립, 전담조직 및 인력 배치로 정책전달체계 구축 등이다.

제안한 공약들이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공약별 사례들을 검토하고 세부 공약들이 과거 또는 현재 각 정당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본 후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주관으로 워크숍을 열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이렇듯 심도 있는 분석과 검토, 그리고 같이 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모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총선 후보들이 좀 더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약에서 중하고 그렇지 않음을 구별할 수는 없지만, 21대 국회에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다. 19대 때부터 많은 의원들이 동감하였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로 발의했던 법안이 아직도 제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제안되는 공통공약에도 가장 맨 위에 놓여있다. 매번 선거 때 당 차원에서 받아들여졌던 이 공약은 이런 저런 이유로 폐기되어져 왔다. 올해도 각 정당과 대부분의 국회의원 후보들은 예전처럼 본 공약을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끊임없이 제안할 수밖에 없다. 마치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양치기 소년의 말을 쫒아야 하는 모습에 우리가 투영되는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