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설계도(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 영 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각각의 우리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길을 따라서 살아갈 수 있는 일차적인 자유를 누리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길이란 개개인이 좋아하는 길이 결국은 그 사람에게 좋은 길, 옳은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개인이 개인의 식성에 맞는 음식을 즐겨 먹는 경우 타인이 이것 먹어라, 저것이 맛있다는 등 간섭하기가 어렵듯이 삶의 태도 전반에 대하여도 다른 사람의 걷는 길을 왈가왈부 간섭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무작정 살기보다는 나름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논리는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다시 말하면 건강을 얻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난 다음, 지나친 흡연을 한다거나 과음이나 과식을 하는 행위가 옳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거나 같은 이치이니, 이 사회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가 분명할진데 내가 좋아서 내 맘대로 하는데 웬 참견이냐? 라고 하는 말은 타당치가 않음이 분명하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이 그와 같은 행동을 허용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이 나와 공동체를 해치는 행위를 했을 때 내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듯이, 다른 사람들도 나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용납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 협동하여 사회를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묵시적 동의와 목표 달성을 위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모든 자유의 주체로서 온갖 자유의 혜택을 누리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인하여 충동에 따라서 제멋대로만 살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충동에 의해서 제멋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우리들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인간의 삶에는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무수하게 많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사회의 관계를 생각하고 나의 현재와 미래의 관계를 거시적이고 높고 깊은 안목으로 생각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먼 곳까지를 내다보는 원대한 시야를 갖느냐 못 갖느냐에 따라서 한 개인의 삶의 방향과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확신해 본다.

사람들은 대부분 영원히 살 것처럼 그저 그렇게 느긋하게 살아간다. 심지어는 여유를 부리고 자신한테는 불행은 물론 마지막이 언젠가 찾아온다는 엄연한 사실도 망각하며 지낸다.

사이비 종교의 일관된 주장은 인류의 종말이니 심판이니 하여 느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꼬드겨 그와 같은 재앙에서 살아남게 해주겠다는 것이 유일한 카드가 아닌가 보여진다. 종교의 위력은 역사나 과학의 힘을 능가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나에게만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불행이 닥쳐오고, 자신의 인생에는 까마득히 먼 훗날의 이야기인 줄 잊고 살았는데 눈앞에 죽음이 찾아온다.

휴대전화가 발달하면서 우리 모두는 수없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실버폰이라 그런지 데이터양이 적어 조금은 아쉽지만, 서비스 내용이 너무나 많아 송금이나 결재는 물론 내가 알고 싶은 대부분의 내용은 무엇이든 알려주고 날씨뿐만 아니라 코로나 예방과 마스크 사용 및 구입 안내까지도 있다.

만일에 당신의 죽음의 날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가입해야 할까?

웅장하고 예술적인 새집을 지으려면 전문가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삶의 설계는 결국 본인이 해야 한다. 부모나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겠으나 마지막 선택은 본인 스스로 해야만 하는 것이니, 삶이란 개개인이 자주적으로 살아야 할 과정인 까닭에 남이 만들어 준 설계를 따라서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죽음의 날을 알려주는 서비스의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인간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그 소식은 반드시 듣게 될 것이니, 일생을 어떻게 살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시베리아 허허벌판 사형장에 끌려간 ‘도스토예프스키’는 이제 남은 시간이 5분뿐이었다. 그는 5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했으니, 2분은 같이 묶여있는 동료와 작별인사, 나머지 3분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기로 생각했다. 동료에게 인사를 건네고 이제 3분이 남았다. 3분여 지나온 삶을 되돌아 생각하는 순간 황제의 특사가 나타나 사형을 모면했으니, 그 후 그는 그때 5분을 생각하면서 순간순간을 진지하고 후회 없이 나머지 삶을 이어가려 노력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