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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과 우울증

(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 영 규

코로나19 발생 백여일이 지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성숙한 시민의식, 헌신적인 의료진의 수고 등 자랑스럽고 고마운 마음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과 같이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나라들보다도 전염병 방역 및 진단, 치료 능력은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다행스럽지만 어딘가 조금은 씁쓸하다.

개학 연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폐쇄, 2m 거리두기, 자가 격리 등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 국민은 지쳐가고 있다. 더구나 총선에 임박한 선량들의 망언과 실현 불가능한 공약 등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따라서 경제적, 육체적,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특히나 집단으로 대면하고 합동으로 활동해야만 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이나 심리적 우울증은 심각하다.

국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나 자영업자 지원책이 발표는 되고 있지만, 언감생심. 근본적인 치유는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된다.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새봄과 함께 밀어닥친 코로나, 그리고 우울증이 찾아왔다. 예술인의 마음속에 에너지가 사라지고, 이제 무엇인가 끝장이 아닌가.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싶을 때, 우리는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우울이라는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예술인들 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성장통을 겪는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우울의 터널이 기다린다. 그러나 타인의 우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무지하며 더러는 무자비하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우리 예술인들은 자신의 우울을 밖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우울 상태를 마음의 병으로 받아들인 것은 20세기 초부터였다고 한다. 과거 사람들에게 우울이란 신의 뜻을 거스르는 벌이거나 부럽기까지 한 천재의 특징이었다. 의학용어에서 예술 언어, 그리고 현대의 일상적 언어로 자리 잡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우울의 중요한 원인으로 ‘상실’을 제시한다. 특히 끊어진 관계를 충분하게 아파하고 슬퍼하는 애도 과정을 정상적으로 겪지 않는 상실은 마음을 퇴폐하게 만든다. 애도란 그 사람을 보내주는 의식이다. ‘프로이트’가 말하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마음 속에 붙은 채 보내주지 못하면 우울해질 수 있다고.

‘프로이트’는 우리를 움직이는 첫 번째 원인이 죄의식이라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다친 사람, 나 때문에 힘든 사람. 내가 충분히 돕지 못한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우리가 택하는 한 가지 방법은 ‘행복해지지 않기’다. 내 인생이 불행하면 그에 대한 미안함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무의식적 전략 때문에 나의 가족이 같은 덫에 빠져서 내 아이와 배우자도 결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울이란 자신을 상실하는 경험이다. 따라서 나 자신이 누구이며, 나에 대한 정답이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하고, 누구를 만나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구도 이 질문에 정답을 주지 못하니…. 그리하여 우리는 낙담하고 잘못하고 실수하며 어긋난다.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 벌하거나 남의 평가를 밀어버리거나 불안을 숨기게 되는 것이다. 마음은 피폐해지고 관계는 사라지며, 우울은 자신에 대한 비관적 낙담으로 성장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울은 우리가 반드시 싸워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그 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잘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내가 언제나 불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항상 잘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벌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에게 이야기하자.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느꼈던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우울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어디서든 시작될 수 있다. 오늘날 우울증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가 됐지만 이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데는 아직 서툴러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우울을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 관심 있게 바라보고 민감하게 대처할 때 함께하고 싶은 사회, 자랑스러운 우리 고장, 살고 싶은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울증은 의학적 치료는 물론이겠으나, 우선은 목표를 만들고 성취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초기에 해야 할 시도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가 아닌가 한다. 즉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다. 우리 주변, 우리 가족, 우리 사회, 우리 조직에 우울한 사람이 없는지 둘러보고 그를 위하여 손길을 뻗어 상호작용이 이루어짐으로써 우울을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사회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만들어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익산의 예술인이 그 선봉에 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