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는 말만큼 한국인이 자주 사용하면서도 잘 지키지 않는 빈말도 드물다. 함께 식사하기라는 영어의 ‘커멘셜리티’는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인류는 다른 영장동물류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물학적 식사를 꼭 해야 한다. 그러나 인류의 식재료 확보와 식사 준비, 그리고 식사 과정은 분명 동물과는 다르다. 남아프리카의 부시맨은 이러한 차이를 가장 잘 인식한 종족이다. 그들은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사자나 늑대처럼 여긴다고 한다. 그들이 보기에 혼자 식사하는 동물은 사자나 늑대 뿐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여 식재료를 확보하고 요리를 만든다. 우리의 ‘식구’라는 말도 한솥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인류는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생물학적 기능의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실현하기 위해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 무엇인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식사를 함으로써 참여자 사이의 유대감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한 문화권에서 같은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마치 동일한 살과 피를 만드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우연히 만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음식에 대해 비슷하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분명 같은 지역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본 경험만으로도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심리적 유대감이 생기는데 실제로 함께 식사를 한다면 그 유대감은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요즈음 ‘혼밥족 환영’이란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식당들이 있다. 이런 식당을 이용하고 또는 독신가구로서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