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내가 주간소통신문 공인배 국장과 인연을 맺게 된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익산시와 격렬한 논쟁과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기사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숫자로 논증하는 치밀한 논리는 차치하고, 하나의 주제를 그토록 집요하게 파는 것을 일찍이 그 어떤 언론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당시에는 비주류였던 인터넷 신문으로 자치단체와 맞짱을 뜨는 기자가 있다니 한 번 보고 싶었다. 여기서는 밝힐 수 없는 다른 목적도 있었지만.

그의 첫인상은 기사를 통해 그려봤던 이미지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기사를 보면 깡다구로 뭉친 돌격형이 분명했었다. 그런데 실제는 달랐다. 절제된 예의와 조용한 말씨, 유약하게까지 느껴지는 외모, 다소 어눌하지만 해박한 지식이 우러나는 유려한 언변과 감성, 기자적 관점에서 보는 합리성. 완전히 백면서생이었다. 그런 사람이 그토록 거침없는 필봉을 휘두르다니.... 쉽게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이후 그와 자주 만나면서 묘한 인간적 매력을 느꼈다. 그와 익산시의 소송전이 전개될 때 그는 오로지 앞만 보고 질주하는 폭주기관차처럼 느껴졌다. 그의 신념에 동의하면서도 융단폭격처럼 쏟아지는 익산시의 소송이 너무도 걱정스러웠다. 그에게 기자는 투사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적당한 융통성을 촉구하곤 했다. 심지어 그가 기사를 올리기 전에 논조와 표현의 수위를 낮추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도 지역의 발전 비전을 그리면서 문화와 예술을 콘텐츠로 담아내는 신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웃곤 했다.

2009년에 주간소통신문이 창간된 후에도 전체적인 기사는 다양화됐지만 그의 치열한 기자정신은 별반 변화가 없었다. 이때를 편의상 주간소통신문 1.0이라고 하고, 소각장 문제가 일단락된 후 민선 6기 이전까지를 주간소통신문 2.0이라고 하자. 이 기간 동안에도 그의 지역행정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지만 <구술사를 찾아서>, <익산 만인보>, <익산의 골목상점>, <익산 비전 30선> 등 지역의 역사와 사람, 발전 비전을 균형 있게 다루는 수준 높은 기획이 이뤄졌다. 바야흐로 그가 웃으면서 말했던 신문이 됐다.

민선 6기 들어서도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 <향토산업의 영광을 찾아서>, <도시와 비전> 등 현장을 발로 뛰는 주간소통신문만의 현장감 넘치는 기획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된 전임 시장과의 갈등에 이어서 최근 특정 기자를 비판한 칼럼을 보면서 약간의 우려가 생긴다. 자치단체의 잘못을 준엄하고 사회 각계를 성역 없이 비판하는 것이 주간소통신문의 정체성일 것이다. 하지만 인력과 재원의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전방위적 대립각 형성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한 주간소통신문의 상향적 지속가능성이 저해될까 염려된다.

나는 주간소통신문 3.0에 대해 제안하고 싶다. 첫째, 독자의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지역 정론지로서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바란다. 1주일에 한 번 업데이트되는 지면과 홈페이지 외에도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서 뉴스의 도달률을 높이길 바란다. 시의성이 요구되는 기사는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빠르게 배포시키면 좋겠다. 길고 복잡한 기획기사를 카드 뉴스 형식으로 쉽게 요약하여 전달하면서 세부 내용은 지면이나 홈페이지로 연결시키면, 외연 확대를 통한 신문의 영향력 및 광고효과 증대에 효과적일 듯하다.

둘째, 주간소통신문이 특별기획으로 축적한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여러 개로 나눠져 게재된 각종 특별기획을 하나의 파일로 묶어서 제공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보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면, 자치단체의 지역 마케팅이나 사회단체들의 홍보활동에 참여하여 컨셉트 도출 및 스토리텔링, 캠페인 과정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한 소셜 펀딩(social funding)에서 주간소통신문이 공신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감히 바란다.

셋째, 지역의 중요 의제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입체적 보도 형식을 바란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설정된 의제에 대해 책임 있는 지역 정치권과 담당 공무원, 시민사회단체들이 하나의 장에서 문제점과 해법을 제시하고, 책임자들의 능력과 약속 이행 정도를 시민들이 상시 확인하면서 참된 일꾼을 선별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소통과 책임의 지역정치, 주간소통신문만이 견인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주간소통신문 3.0! 말은 쉽지만 시민들의 성원 없이는 매우 힘든 일들이다. 하지만 성공할 경우 지방자치와 지역 언론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공인배 국장의 10년 인연을 회상하다가 본의 아니게 큰 짐만 떠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