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22년 만에 왔다는 올여름의 폭염과 열대야는 유난히도 드세고 끈질기게 우리 부부를 괴롭혔다. 끈적거리는 열기가 숨을 막으니 불면의 밤은 여러 날 계속되고 내 몸은 물을 흠뻑 먹은 무거운 이불 보따리 같아서 어느 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버렸으면 하는 짐 덩어리였으니- 더욱이나 37여년 동안 군말 없이 여름을 지내오던 아내는 에어컨을 놔 달라, 매달리고 보채며 나에게 짜증을 내곤 했다.

그동안 제법 잘 맞추는 듯했던 기상예보도 빗나가기 일쑤였고, 노인들의 신체적 예측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김없이 계절의 변화는 오고야 마는가? 오랫동안의 폭염도 하룻밤의 비바람에 말끔히 사라졌다. 하지만 지진이란 놈이 발생하여 수백 차례의 여진과 함께 우리를 불안하고 헐떡이게 하고 있다.

사람일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지만 사회와 국가, 대자연의 미래를 판단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과학이 발달하고, 학문이 높아져 미래에 대한 예측이 쉬워지리라 믿었지만 역시 어려운 모양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닥쳐올 앞날을 궁금해 하고 두려워했다. 그래서 점치는 행위가 태곳적부터 시작되고 오늘날까지 발전 유지되면서 이제 학문의 한 분야로 들어왔으니 그것이 바로 미래학이다.

사실 미래학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미천하여, 미래학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란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더욱 찾다 보니 책에 대한 종류가 너무 많아 선택하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세계의 미래학자들의 말과 글을 통하여 주장해온 다양한 내용들을 핵심만 정리하여 출간된 책자가 나왔으니- 그것이 ‘미래의 산책’이란 서적이다.

이 한권만 읽어도 지금이 어느 시기이며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박사학위 하나 없는 유일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노동자였다가 공산주의자가 되고 훗날에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사람이다. 그는 「미래 쇼크」라는 저서로 우리에게 커다란 쇼크를 주었으며 소련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정책이 앨빈에게서 나왔다는 설도 있듯이, 그만큼 시대의 흐름을 예견하는 그의 뛰어난 능력은 「제3의 물결」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그를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산업사회 다음 단계를 초산업사회라고 규정한다. 그때는 지식정보화사회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그 단어와 함께 지식근로자라는 단어를 쓴 건 ‘피터 드래거’라는 인물이다.

이 책은 또한 ‘다니엘 벨’이라는 1960년대에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선언한 사람도 소개한다. 실제 이데올로기의 종말이 선언된 것이 1960년대인데 우리는 지금도 선거 때만 되면, 좌우익 이념논쟁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그들을 앞서갈 수 있을지 걱정인 것이다.

이 책을 읽어봄으로써 그들이 어떻게 무엇을 예견했는지 보고, 지도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낯선 길을 떠날 때, 지도·네비가 필요하듯이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지도가 필요하다. 미래학이 바로 그 지도이며 내가 현재 어디에 서있는지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 길인지 알려 주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예견 중 하나가 2천년대는 통합의 시대라는 것이다. 과학 안에서 더 이상 물리와 화학은 나뉘지 않으며, 생물도 분리될 수 없고, 천문학도 친척이라는 것이다. 과학만이 아닌 철학이나 종교, 예술까지도 다 그렇다. 이제 분리하고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인류 최고의 가르침은 왼손 오른손을 떼어놓으면 손을 못 씻는다는 것이니- 서로 씻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40대 중년의 한 남자는 부인이 중환자여서 병간호 중이었다. 아들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아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 전학을 시키지 않으면 제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의사인 남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인데, 그는 삶의 재미도, 의미도 없고 힘들다고 말한다.

30대 후반의 한 남자는 부인이 이혼하자며 처가로 가버렸다. 물론 아이도 떼어놓고- 그는 급한 데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 어머니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회사를 다닌다.

중년의 위기가 위와 같은 사례다. 자신이 어디에 와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어떻게 되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되겠지 그냥 막연하게 사는 것이다.

미래가 누구 편이냐 하는 것은 중요치 않으며 중요한 것은 누가 미래의 편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제 변화가 필요하며 거기에 우리 중년과 노년의 미래가 달려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