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자선원장 · 전북노숙인복지시설협회장

성산 김 영 주(도영)

어느 날 시골 마을을 지나던 임금님이 날이 어두워지자 한 목동의 집에서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런데, 임금님의 눈에 비친 목동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욕심이 없고 성실하고 평화로운 것이 평소 자신의 신하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젊은 목동의 그런 모습에 끌린 임금님은 목동을 나라의 관리로 등용했다. 그는 관리로 등용된 후에도 청빈한 생활과 정직성 그리고 양 떼를 잘 이끌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왕을 잘 보필하고 정치를 잘 하였다.

왕은 마침내 그를 재상에까지 임명하였다. 재상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청빈한 마음까지 갖추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재상이 된 목동은 더더욱 성실하게 사심 없이 일을 잘 처리해 나갔다. 그러자 다른 신하들이 그를 시기하기 시작했다. 일개 목동이 나라의 관리가 된 것도 모자라 재상까지 오르고 더욱이 적당히 뇌물도 받았으면 좋으련만 모든 일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처리하니 자신들의 처지가 곤란했던 것이었다.

신하들은 재상이 된 목동을 쫓아내기 위해 티끌 하나라도 모함할 것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재상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기가 살던 시골집에 다녀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몰래 따라가 보니 광에 커다란 항아리가 있었는데 그는 그곳에서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한참 동안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신하들은 임금님께 그 사실을 알렸다. 재상이 청렴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항아리 속에 아무도 몰래 금은보화를 채우고 있다고 고자질했다. 왕은 누구보다도 신임했던 그에게 무척 화가 나서 직접 사실을 밝히고자 재상을 앞세워 신하들과 함께 재상의 집으로 찾아갔다. 재상의 시골집에 다다른 왕과 일행들. 왕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항아리를 열어보게 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항아리 속에 들어 있던 것은 금은보화가 아니라 재상이 목동 시절에 입었던 낡은 옷 한 벌과 지팡이뿐이었다.

인생은 단 한 번 산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번만 살 수 있는 이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개발도 멈추지 않는다. 많은 유혹이 있어도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힘들게 뿌리치기도 한다.

그렇게 노력하고 칠전팔기의 도전 앞에 취업에 성공한다. 그러나 성공 후에는 마음이 나태해져 간다.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나보다 직원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 하지만 사업에 성공한 후부터는 직원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나를 위한 회사가 되고 만다. 직원보다 이익만을 쫓는 회사는 당장의 매출은 오를지 몰라도 애사심을 가진 직원들을 잃게 된다. 초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다.

채근담에는 ‘어려우면 초심을 돌아보고 성공하면 마지막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또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고 쇠도끼를 갈아 침을 만들 듯 열심히 뜻을 이른다.’는 뜻이다.

당나라 대표적 시인인 이백(李白)이 있다. 자는 태백으로 그는 아버지의 임지인 촉나라 땅의 성도에서 자랐다. 5살 때 성도로 가서 자란 이백은 10살 때 어른을 능가하는 글 솜씨를 보여 특출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훌륭한 스승을 찾아주어 상의산에 들어가 학문을 정진하게 하였다. 그의 특출한 재능 덕분인가 그는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산 생활도 그렇고 학문도 더 정진할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집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고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한참을 내려오다 시냇가에 이르렀을 때 한 할머니가 물가에 앉아서 바윗돌에 도끼를 갈고 있는 것을 보고 으아 해 했다. ‘왜 바윗돌에 도끼를 갈고 있을까?’ 혼자 생각하다가 할머니 곁으로 가서 물어봤다.

“할머니 왜 바위에다가 도끼를 갈고 계세요?”

“응 바늘을 만들려고”

할머니의 대답에 이백은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다.

“이렇게 큰 도끼가 바위에 간다고 바늘이 되나요?”

“그럼, 되고 말고 중간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이 백은 할머니의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중간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가능한 일이다.” “노력해서 안 될 일이 어디 있는가? 시작도 해보지 않는 것이 문제지. 그보다 더문제인 것은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다.” 이백은 할머니에게 큰 절을 올리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학문에 더 정진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이 헤이해지면 그 도끼 갈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지곤 했다. 이에서 유래된 말이 ‘마부작침(磨斧作針)’이다.

이순신 장군도 당신의 초심을 3척 장도(197.5Cm, 6Kg, 현충사에 소장된 보물 326호)에 새겼다. ‘삼척서천 산하동색 일휘소탕 혈염산하(三尺誓天 山河動色 一揮掃蕩 血染山河)- 석자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붉은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그리고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그 글을 보면서 임진왜란을 진두지휘 하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자 ‘이제 전쟁은 끝났다.’ 하고 조선군이나 명나라 군이나 일본군들은 모두 집에 돌아갈 것 만 생각하였으나 이순신 장군 만은 초심을 생각하여 명나라 진린 도독(당시 지휘권이 명나라에 있었음)에게 일본군을 섬멸할 것을 제의하여 귀국하는 일본군들을 무찌른다. 그 전쟁이 노량해전이다. 그리고 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아들 이회에게 유언을 한다. “방패로 나를 가려라 지금 전쟁 중에 내가 쓰러졌다고 하면 우리 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니 나의 죽음을 절대 말하지 말라.” 그는 이회의 아버지가 아니라 조선의 아버지였다.

설민석(학원 강사)은 초심을 지키는 Tip으로 첫째, 한 치 앞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라. 둘째, 처음에 다짐했던 마음을 계속 돌이켜 보라. 셋째, 편안함을 경계하고 초심을 흔드는 상황을 정리하라. 넷째, 나와 다른 것은 관용의 마음으로 포용하라. 다섯째, 나의 초심을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을 곁에 두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