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우리’처럼 다정다감한 좋은 말이 우리말 중에 또 있을까?

하지만 더 좋은 말 순위를 구태여 정한다면 ‘사랑이란 말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사랑이란 말을 능가할 말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너와 내가 있어야 하고 서로 공존하는 ‘우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단연 으뜸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나’와 ‘너’ 그리고 ‘그’가 모여 ‘우리’가 되는 말에 크게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다소 꺼려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유는 나만 존재하면 되는 모양으로 가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우리의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극히 일부 층이 특권을 누리면서 ‘우리’에 해당되는 국민을 무시해 버렸으니 우리라는 말을 그들에게 붙이기에는 부끄러움이 앞을 가리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라는 말에는 소속감을 불어넣어주는 심오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우리라는 말에는 우선적으로 사랑이 깃든 말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우리 삶에 합당한 우리라는 말 값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순간적인 일치에 의해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가족’ ‘우리 동네’ ‘우리 이웃’ ‘우리지역’ ‘우리나라’ ‘우리 정치’ 그야말로 다정다감한 아름다운 말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가면 어색해지는 영역이 있다. 유일하게 정치 분야만 우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몇 사람의 책임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이다. 결국은 너와 내가 어울리는 세상이 되어 우리가 되는 길인데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너와 나는 완전히 별개의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너와 나의 의미를 망각하다 보니, 우리라는 의미는 아예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들이 그동안 일어났으며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판국이다.

정치가 어지러워지면 우리라는 국민 앞에 온갖 고통이 굴러 오기 마련이고 우리 국민은 이고 통을 모두 안고 가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되는 일은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잘 되어야 하고 잘못된 일이라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오늘의 정치판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인지 ‘나는 너다’ ‘너는 나다’ 그리고 ‘우리’라는 말을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린 오늘의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다.

생물학자 ‘폴 에얼릭’과 심리학자 ‘로버트 온스타인’이 쓴 “공감의 진화”에 의하면 나약한 생물종의 하나인 사람이 지구상에서 우세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공감과 협력’의 덕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감과 협력은 바로 너와 나의 협력이다. 그런데 인류 문명의 발전 속도에 비해 공감의 진화는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리게 발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인류의 위기는 공감능력 부족이 그 핵심 원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류는 공감 능력의 진화를 위해 부단하게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을 했다. 이에 따라 우리도 변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변하지 않고서는 우리라는 공동체가 살아가기가 너무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하며 훨씬 폭넓은 영역에서 그들의 어려움이나, 즐거움, 곤경 등을 ‘우리’라는 범주에 넣어 이해해야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희망으로만 여기지 말고, 진정한 우리의 말뜻을 위한 진화의 방향으로 거듭 진화해 나가야 한다.

공감의 진화를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일찍이 “헤르만 헤세”도 갈파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을 한다. 새에게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면 세계(알)를 깨뜨려야 한다. 우리는 지금 무슨 생각을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잘못된 사고라면 고쳐야 하고 ‘우리’라는 의식을 살려나가는 일에 다 같이 참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 가족 우리 지역 우리나라는 나와 너의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