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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행동해야 새 세상을 열 수 있다

익산시민 유 성 무

병신년 한 해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 많은 언론들이 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가운데 한겨레신문과 JTBC의 용기 있는 보도로 박근혜-최순실 일당과 부역자들의 헌법유린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의를 갈구하는 국민이 촛불을 들고 일어났고, 박근혜가 탄핵소추 됐다. 박근혜 일당들의 구속과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니, 충격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 등 국가 전반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상태에 빠져 있다. 국가적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앞으로 국민에게 언제까지 또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요구될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 모든 부담을 또다시 온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좋든 싫든 박근혜에게 칼자루를 들려준 사람들이 결국 이 땅의 국민 절반인 것을. 억울하지만 나머지 절반도 연대책임을 질 수밖에!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일당과 부역자들에 대한 법적·사회적 심판과 함께 국가의 암덩어리가 된 기득권층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왜 항상 무고한 민초들만 국난 극복에 피눈물을 쏟아야 하는가?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놓아두고! 독립 이후 항상 이런 식으로 넘어갔기에 치욕적인 역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이야말로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나라가 헌법정신으로 운영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헌법정신이 뭐 별 게 있던가? 주권재민인 민주공화제를 통해 국민이 공평하게 살면서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기타의 모든 것은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사람도, 이념도, 제도도 있을 수 없다.

박근혜의 탄핵이 확정되면 참된 민주혁명을 감당할 수 있는 자를 국가권력의 관리자로 선출하고 공직기강부터 확립해야 한다. 민주혁명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또다시 국민이 소아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편견에 매몰된 선거행태를 반복한다면, 진정 이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설령 절반에 가까운 깨어있는 국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제는 김대중이 부르짖었던 행동하는 양심을 일깨워야 하며, 노무현이 강조했던 깨어있는 국민의 의무를 우리 모두가 다해야 할 때다. 언제까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304명의 원혼과 국민의 비탄이 깃든 세월호 인양에 대해 국가예산 낭비라고 말하는 나라, 무상급식과 청년수당은 의타심을 조장한다고 말하는 나라, 돈이 없어 채납한 건강보험료 때문에 진료조차 받기 힘든 나라, 고용유연화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는 나라, 역사상 최고의 능력을 갖추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이 널린 나라, 밤낮없이 죽도록 일해도 갈수록 살기 힘든 나라, 부모 봉양은 고사하고 애 키우기도 힘든 나라, 그래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와 출산률 꼴찌인 나라.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가 아니다. 부정부패의 몸통이 국가위기를 운운하면서 한숨 쉬는 한심한 나라가 아니란 말이다.

2016년 병신년 내내 국민이 정말 개고생 했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피눈물 나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특정세력이 헌법을 농락하지 못하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모두에게 엄정하면서도 약자에게는 따뜻한 법질서가 집행될 수 있다면, 공직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면, 더러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경제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면, 정직하게 노력하기만 하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사회가 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12지 중 닭은 새벽을 여는 신령한 동물이다. 빛과 정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닭이 신령한 이유는 새벽을 알리는 자신의 직분을 어김없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잠을 잘 때 깨어있기 때문이다. 붉은 닭의 해라는 정유년 2017년에는 국민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위치에서 목을 놓아 정의를 부르짖어야 한다. 항상 깨어서 국정을 감시하는 주권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촛불항쟁에서 나타난 국민의 저력이라면 작금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훗날 역사는 특정 정치인이 아닌 국민을 승리자로 기록할 것이다.

끝으로 한 해 동안 졸문을 읽어주신 주간 소통신문 독자제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항상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주간 소통신문 임직원들께 감사드린다. 지금의 비장한 각오를 굳건하게 지켜서 우리 모두가 새해에 새로운 세상을 활짝 여는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행복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