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삼정원장
성산 김 영 주(도영)

미투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Me Too(나도 고발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운동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2017년 10월 15일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성범죄를 당한 당사자들이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글을 쓴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알리사 밀라노가 미투 운동을 제안한 지 24시간 만에 약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하며 지지를 표했고, 8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MeToo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행, 성추행 경험담을 폭로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1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미투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은 사회 전반적으로 홀씨 날리듯 전염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인 김모씨가 안 전 도지사에게 성폭행을 수차례 당해 왔다는 사실에 대한 폭로는 문화·예술을 비롯한 그 어 떤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안희정은 충남도지사 7년을 하면서 일 잘하는 지사로 이름이 났고 차기 대선주자로써 국민적 신뢰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만큼 국민적 충격은 더 했다. 국민은 안 전 도지사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미투운동은 사회에 만연한 권력형 집단의 갑질성 성폭력이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듯 개인의 일탈로 인해 조직 전체가 성폭력집단으로 매도돼선 안 된다. 그렇다고 안 전 도지사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이런 가운데 모 신문에 따르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다. 홍 대표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 참석,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 진영에서만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다. 어이가 없어도 한 참 없다. 국가발전과 민생을 살피고 국민통합을 하자는 정치인 입에서 그것도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올 소린가. 이러한 기본적 인간품성도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있는 한 나라의 미래는 없다. 미투운동으로 인해 온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 그 난리에 부채질을 해 대고 있는 격이다. 상처의 아픔을 딛고 사회적 공심(公心)으로 일어서려는 사람들, 한 때의 잘못으로 인생전체를 희생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대한민국은 하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발전을 위한 비판은 있을지라도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할 소리 안할 소리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미투운동’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정략적 도구로 미투운동을 악용함으로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유불리(有不利)를 따져 본말을 흐리게 해선 곤란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미투운동’으로 인해 정작 개헌이나 한반도 문제, 민생 관련 정책들이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곤란하다. 언론 역시 말초적이고 선정적 보도로 시청률 높이기나 부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선 곤란하다. 시청자와 독자도 가짜뉴스를 구별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죄 없는 사람까지 마녀사냥으로 희생돼선 안 된다는 말이다. 정치권의 매터도에 의해 진실이 가려져선 안 된다. 이럴수록 진실과 사실에 근거한 공정보도가 필요하다.

4월 초엔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공판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유 관련사건 등이 줄지어 있다. 미투운동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나라 전체를 흔들려는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

엄격한 잣대로 보면 성(性)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한 가해자나 피해자나 자신성찰이 필요하다.

우주의 진리는 공정하다. 피해자의 위로와 가해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서로가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는 인간 내면의 세계가 지극히 안정되어야 한다. 마음안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참회가 필요하다. 참회는 과거의 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생활을 개척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참회는 뼈를 깎는 뉘우침이다. 자기반성이다. 진리나 부처님이나 하나님을 비롯한 모든 신(神)에게 비는 일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분들은 죄를 용서해 주는 분들이 아니다. 빌면 용서하고 빌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어찌 평등한 가르침이겠는가.

진정한 참회는 자기 혁명이어야 한다. 참회의 순간에 자신을 위해 지나치게 욕심을 내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에 부딪히면 미워하고 화내며, 사리(事理)를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돌아보며 뉘우치고 또 뉘우치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욕심으로 얼룩진 안경을 벗어던지고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노력이어야 한다.

또한 참회는 때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 속 평화의 세계로 가는 승차권이다. 평화는 행복을 낳는다.

결론은 이렇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두려움을 동반하면서 폭로를 감행한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호해줄 울타리가 필요하다.

이는 국가가 사회적 동의를 얻어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미투운동을 통해서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을 것이다. 돈과 지식과 권리가 아무리 많다 하여도 사람으로서 인성의 길이 잡혀지지 않으면 사회적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한 때 악한 범죄를 저질렀다하여도 뼈를 깎는 참회를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고, 평화의 세계로 가는 승차권을 구입하여 광명의 안식처로 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