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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지도자, 결단력과 됨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익산시민 유 성 무

중국의 고사를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넘친다. 특히 군웅이 할거했고 제자백가가 꽃을 피웠던 춘추전국시대 역사는 예나 지금이나 지혜의 보고가 되고 있다. 시대는 바뀌어도 세상사는 이치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춘추시대는 제후들의 경쟁에서 승리한 유력 제후가 맹주로 군림하면서 주나라 왕의 권위를 빌어 천하를 호령했던 시대다. 춘추시대를 주름잡았던 제후들을 춘추오패(春秋五覇)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제(齊)나라 환공(桓公), 진(晉)나라 문공(文公), 초(楚)나라 장왕(莊王), 오(吳)나라 합려(闔閭), 월(越)나라 구천(勾踐)을 춘추오패로 꼽는다.

이들이 패자(覇者)로 등극하는 과정 또한 파란만장했다. 특히 초나라 장왕의 이야기는 준비된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가슴 속에 세운 구체적이면서도 원대한 계획을 즉각적으로 실행한 결단력과 매력적인 품성을 가진 인간으로 기록된 초 장왕의 유명한 일화들을 통해 준비된 지도자의 면모를 살펴보자.

장왕은 어릴 때 왕에 즉위하여 장성할 때까지 권신들에게 시달렸다. 3년 동안 주색잡기만 하면서 자신을 보호하면서 간신들을 제거하고 나라를 세울 준비를 했다. 그는 자신의 난정에 대해 간하는 사람은 죽이겠다는 현판을 걸었으니, 감히 바른 말을 하는 자가 없었고 간신배가 들끓었다.

이를 보다 못한 오거(伍擧)가 장왕에게 “언덕에 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는데, 3년 동안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다고 합니다(三年不飛不鳴). 이 새는 어떤 새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왕은 “그 새는 날지 않았으니 일단 날면 높은 하늘까지 이를 것이고(此鳥不飛卽已飛將沖天), 울지 않았으니 일단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오(不鳴卽已鳴將驚人). 경의 뜻은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시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고도 계속 연회를 여니, 이번에는 소종(蘇從)이 찾아와서 목숨을 걸고 간언을 올렸다. 장왕은 잔칫상을 치우고 소종과 국정 운영계획을 논한 후, 다음날 간신들을 숙청하여 나라를 바로 세웠다. 그리고 오거와 소종 등 현신들과 국사를 함께 하면서 일거에 천하를 호령하는 패자가 됐다.

장왕의 또 다른 유명한 고사로 절영지연(絶纓之宴)이 있다. 장왕이 늦은 밤에 신하들을 불러 연회를 열었다. 여러 사람들이 술 취한 가운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 때문에 촛불이 꺼져 버렸다. 그 때, 장웅(蔣雄)이란 신하가 장왕의 총희를 껴안았는데, 총희는 장웅의 갓끈을 잡아 뜯고 장왕에게 자신을 희롱한 자를 잡아내라고 했다. 장왕은 신하들에게 모두 갓끈을 끊으라고 명함으로써 죄를 묻지 않았다.

장왕의 넓은 아량에 감복한 장웅은 그 후 초나라가 진(秦)나라에게 공격당했을 때, 선봉에 서서 큰 공을 세웠다. 그러자 장왕이 장웅에게 물었다. “나는 그대에게 큰 은덕을 베푼 기억이 없는데, 왜 목숨을 내걸고 이렇게까지 한 것인가?” 그러자 장웅은 당시 연회에서의 사건을 말하며, 자신이 그때 장왕의 총희를 껴안은 자라고 말했다.

초나라는 정나라의 원군으로 온 진(晉)나라를 필의 전투에서 대파함으로써 마침내 장왕이 패자로 군림하게 됐다. 이때 장왕을 보호하며 선봉에 서서 대승을 이끈 자가 다름 아닌 장웅이었다. 꼭 장웅때문은 아니겠지만, 총희를 희롱한 죄를 묻지 않을 정도의 넓은 아량이 그를 패자로 만든 것이라고 하겠다.

이 전투에서 진군(晉軍)은 배를 타고 후퇴했는데, 배가 뒤집힐 까봐 배에 탄 병사가 배에 매달려 있는 병사의 손을 잘라 떨어뜨렸으니, 장왕은 군대를 뒤로 물리쳐서 진군이 후퇴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신하들이 진군(晉軍)의 시체를 태우고 큰 무덤인 경관(京觀)을 만들자고 말했지만 장왕은 불허했다. 조국을 위해 충성을 다한 진군의 시체로 전승기념물인 경관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무(武)'는 무기를 멈추어 쓰고, 난폭함을 막고 전을 세우고 대를 유지하며, 공을 정하고 백성을 생각하고 사람들을 화합하며 재물을 풍족하게 하기 위함이니, 자신이 한 것은 이 무덕(武德)에 맞지 않다고 했다.

초 장왕은 준비된 지도자였다. 어수룩하게 보였지만 원대한 포부와 계획을 가슴에 담고 있었고, 자신의 체면보다 신하의 실수를 덮어주는 아량을 가졌으며, 전쟁에서 패한 쪽을 배려하는 지도자였다. 그의 말대로 한 번 날자 하늘에 이르렀고, 한 번 울자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준비된 지도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탓하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오로지 자신의 소신을 굳게 밀어붙이면서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단숨에 풀어나간다. 쾌도난마 같은 결단력과 사람들을 배려하는 리더십을 갖고 남다르게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익산에 일자리가 없어서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경제도 어렵다고 아우성인 가운데, 미세먼지마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부디 준비된 지도자들을 선택해야 한다.

결단력과 넉넉한 인품을 겸비한 자를 지도자로 선택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성과를 보여줄 자를 공복으로 골라야 한다.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큰 변화를 이끌 자가 익산을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