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센터 내 선생님 한분이 ‘술은 안 마셔도 커피는 끊을 수 없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유인 즉 산모가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면 태어난 아이가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 기사 때문이었다. 그 뉴스는 노르웨이에서 산모를 대상으로 카페인 섭취량과 아이의 과체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기사화가 되었으며, 카페인의 섭취량에 따라서 비만이 발생할 유병률의 3~4%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 그렇다면 태어날 아이의 비만을 막기 위하여 최소 임신기간 동안 커피 등을 마시거나 섭취하지 말아야 하는가?

사회과학에서 통계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종종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일반화의 오류란 제한된 증거를 가지고 그 현상이 전체인 듯 여기는 것을 말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이나 혈액형으로 성격과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때로 이러한 일반화는 아주 큰 위험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예컨대 인종적 편견이 잔인한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 또한 이러한 오류에서 기인한다. 사회과학에서는 40%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면 일반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통계의 오류를 제거하기 위해 충분한 이론과 현상을 검토·관찰해야 하며, 자연과학에서는 그러한 상관관계가 왜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전통적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이라 가정한다. 우리가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대부분의 경제적 분석들은 이러한 가정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모델들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많은 정보들 앞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고 간과하며,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지적 구두쇠’인 경우가 많다. ‘살코기 75%’의 상품과 ‘비계 25%’의 상품의 정보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살코기 75%’의 상품을 더 많이 선택하게 되는 것도 인지적 합리성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닌 긍정적 정보에 반응하는 선호체계에 따르기 때문이다.

때로 우리는 우연적 사건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형성하기도 한다. 만약 동전을 3번 던졌을 때 매번 앞면이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다음의 동전 던지기의 결과에 돈을 건다면 어느 면을 선택하겠는가?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면, 우리가 합리적이라면 어느 쪽에 대한 선호도도 갖지 않아야 한다. 즉, 어떤 면이든 그 확률은 1/2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믿는다. 자체적으로 확률을 수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윷놀이를 할 때 윷과 모가 한 번도 안 나온 경우 이번에는 윷이나 모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거나, 딸 부잣집에서 이번에는 아들이 나올 거라고 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8경기의 승패결과를 맞추었던 점쟁이 문어 파울의 경우와 룰렛게임에서 홀수가 계속 나왔으니 이제는 짝수가 나올 차례라고 생각하는 ‘도박사의 오류’ 또한 이에 포함된다.

이렇듯 우리는 결코 합리적이지 못한 것에 근거하여 편향된 판단 및 선택을 하게 된다. 냉장고나 차량 등 돈이 많이 드는 소비에서조차도 그러하다. 다수의 소비자와 전문가들이 분석한 소비자 리포트의 정보 보다는 주위의 소수 사람들의 경험이나 평가에 더욱 기대어 선택한다. 주위의 사람이 정말 가까운 친척이나 형제 등 준거집단인 경우에는 아무런 평가적 판단 없이 믿어버리는 확고한 신념을 형성하기도 한다. 전문가나 다수의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자동차를 우수하게 평가하더라도 한두 명의 친구가 형편없다고 이야기 하면 그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특정 사건을 세부적으로 묘사하면 할수록 더욱 설득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보험과 같은 상품들을 판매하는 경우 이러한 소비자의 편향된 판단을 철저히 이용한다.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방송 아나운서 등을 광고모델로 함과 동시에 많은 메시지를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질보다는 정보의 양에 의해 평가하도록 유도한다.

앞에서 제시했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산모가 섭취하는 카페인의 양과 태어난 아이의 상관관계에는 인과적인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없다. 단순히 통계적 결과를 보면 태어난 지 8년이 지난 아이들의 경우 과체중이나 비만의 유병률이 5% 미만이며,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산모의 경우 유병률이 7% 정도로 매우 미미하다. 통계는 표본의 수, 평균, 편차 등의 통계량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미래 태어날 아이의 비만을 방지하기 위하여 카페인 섭취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선택이 연속되는 삶을 살아간다.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매우 편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못하다. 수많은 주위의 정보를 모두 수집할 수도 없으며, 분석할 능력도 없다. 만약 이러한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면 투자행위를 유도하는 주식시장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주식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결코 합리적일 수만은 없다고 인정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편향된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매우 자세히 제시되는 정보에 의해 유도되어서는 안 되며, 소수의 의견에 의해서 판단해서도 안 된다. 또한 자신의 예측에 확신을 너무 가지지 말아야 하며, 주변이나 환경적 정보로 대상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6월 13일. 우리에겐 중대한 선택을 할 날이 다가와 있다. 이날의 결과가 편향된 선택의 결과이지 않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