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너무도 귀하기 때문일까! 시간을 표현하는 단어 중 금(金)과 연관된 단어가 많다. 방송 광고 중 가장 비싼 시간대를 ‘황금 시간대’라 말하고 영어로 ‘골든아워(Golden hour)’라고 한다. 황금처럼 귀중한 시간, 골든타임이라고 말해지는 ‘골든아워’는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 한 생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몸부림의 시간을 의미한다.

경기남부권역 중증외상 센터장으로 재직하며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있다. 그의 책 <골든아워>는 우리나라 응급외상치료의 현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실감나게 소개한다. 대표적으로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과 판문점 귀순사건 당시 북한군 출신 오청성 씨를 집도했던 긴박한 사례가 담겨 있다. 저자는 “"피는 도로 위에 뿌려져 스몄다... 구조구급대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도 환자는 살지 못했다. 병원으로 오는 환자 이송 시간 평균 245분, 생명을 살리는 골든아워 60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내쳐지고 있다”고 현장의 실상을 전한다.

이 교수가 <골든아워>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하다. 한 생명과 그 가족의 행복을 살리려는 몸부림이다. 이 책의 절반은 그가 생사의 기로와 싸우는 내용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경직된 한국 사회와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이런 그의 몸부림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재발견하게 했고, 경직된 사회구조의 한계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이끌어 내고 있다. 피가 튀고 살이 깎이는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기도 놓치기도 하는 이 교수의 처절한 몸부림의 기록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과 소외계층이 그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시스템에 희생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보이는 진실과 진심은 힘이 세다. 하지만 그것만큼 가혹한 것이 없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기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과연 중증외상 분야뿐일까? 노동 현장이나 교육 현장이나, 심지어 종교적 삶의 자리에서도 수많은 중요한 사안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간다. 세상의 힘없고 돈 없는 이들에게 '기본'이라는 말은 참으로 사치스러운 단어다. 기준과 처방도 저마다 달라 싸움은 곳곳에서 벌어진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헝가리 유람선 사고 뒤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 대응팀을 급파한 것을 두고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구조대를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말했다는 글도 곁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4당은 일제히 민 대변인의 글을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는데 민경욱 대변인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의 마음을 헤집고 있다며, 모든 희생자와 실종자가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매분 매초가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민 대변인의 ‘골든타임 3분’이란 표현은 그가 재난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를 외면했던 자들의 대변인답다. 당시 박근혜 정권이 보인 행동은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민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당시 웃어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후에도 사회적 재난에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해왔던 인물이다. 기본적인 공감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 자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행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은 쉽게 변할 수 없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무능함은 기본에 국민들의 마음과 전혀 다른 망언과 행동을 당연하게 계속하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골든아워>에서 이국종교수는 “네가 환자에게 가까이 접근할수록 환자를 살릴 기회가 많아질 거야”란 그의 스승 포텐자 교수의 말을 강조하며,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비와 시설의 도입이 아니라 정치가, 의료진, 소방대원, 공무원 등 관계자의 사고전환과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라고 힘주어 주장한다. 우리사회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번 헝가리 유람선 사고 또한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의미이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치가 뒷걸음질 치며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이 그리고 국민들이 이기주의와 경제논리에 매몰된 사이에 건강한 사회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골든아워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생명존중과 평화를 위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과 기본이 보장되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더욱 기도하며 힘과 뜻을 모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