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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통한 얼굴과 마음 읽기

(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1994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성인독서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급기야 2017년에는 59.9%로 나타나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따라서 출판사들의 어려움도 커졌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굳이 출판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혼자서 출간과 유통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하여 언제든지 독자는 저자와 직접 소통을 할 수도 있으니 - 또한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서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셀프 등단까지 할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글 쓰는 화가’, ‘글 쓰는 의사’, ‘글 쓰는 마케터’ 등 수많은 분야의 사람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자연스럽게 출판사의 역할과 권위가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점점 세분화되는 독자와 저자의 등장을 통하여 앞으로의 독서문화는 공급자 중심의 빅 마켓이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 중심의 아주 작은 시장으로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해 보게 된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것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담보로 꽃을 피우기 때문에 공급 주체에서 생산·소비주의적인 저자와 독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변화와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나름 전문분야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필자는 읽어오던 책들이 대부분 한 분야의 책만을 고집하여 읽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거나, 수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서도 20페이지 이상 진전이 없거나, 200여페이지 정도의 가벼운 수필집인데도 한 달 이상 손에 쥐고 있어서 작가가 누구인지 아리송한 경우도 있고, 좋은 글귀에 붉은 줄을 긋고 완독했는데도 그 내용이 머리와 가슴에 남아있지 않거나, 구입한 시리즈 책자가 수십 년 동안 책장에 꽂혀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입식 교육시스템이 우순한 우리나라에서 어휘력이나 사고력의 강화와 간접경험을 통한 지식의 습득 등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이니 -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의 삶의 근본적인 도구는 언어이며, 언어에서 기록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문자, 즉 글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아니 단순한 발명품을 넘어서 인간의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린 존재, 그것이 문자가 아닌가 한다.

‘문화’라는 말이 인간의 삶을 문자화 한다는 말이므로, 우리가 문화를 향유한다는 말은 곧 문자적 삶을 영위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읽기란 그 문자적 삶을 구가하는 구체적인 행위인 것이다.

어떤 것이 기록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서이다. 읽히기 위하여 쓰인 것이 글의 존재이유라면 문화인의 운명은 결국 글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삶은 읽기로 시작해 온통 읽기의 홍수 속에 묻혀 있다. 그림책, 동화책, 위인전, 만화책, 시, 소설, 신문, 잡지, 메일, 카톡, 문자메시지, 서류, 안내, 메뉴, 시간표, 달력 등 닥치는 대로 읽는다. 미술도 읽고 사진도 읽고 음악도 읽는다. 바둑판도, 영화도, 연극도, 사람의 마음도, 상사의 얼굴도, 후배의 얼굴도, 아내의 얼굴도 읽고 세상사 돌아가는 모습도 읽는다. 어디 하나 읽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우리의 삶은 읽기로 시작, 읽기를 통하여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읽기의 대상은 글이니, 이는 곧 책이요, 책은 텍스트, 곧 교과서가 되는 것이다. 텍스트란 곧 단순한 문자적 내용이 아니니 - 텍스트란 의미의 조직체이며 반드시 이해되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예술가의 사상은 예술작품으로 표현되며, 이로 인하여 예술작품은 의미의 조직체가 된다. 말하자면 예술도 궁극적으로는 텍스트이며, 따라서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읽혀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문화는 텍스트(교과서)이며, 그리하여 읽기를 통하여 이해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읽으려고 노력하며, 음악과 미술을 듣고 보는 것을 넘어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읽는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이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타인의 삶을 이해하듯이, 시장과 도지사는 시민과 도민의 얼굴과 마음을 읽어야 하며 국가원수는 국민의 희망과 내재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