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 영 규

‘안다(앎)’는 것과 ‘믿는다(믿음)’는 것은 무엇이며, 그 단어의 뜻하는 내용의 다름은 무엇인가? 안다는 것은 지식이며, 믿는다는 것은 인간의 감정에 의존하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앎이 과학이라면 믿음의 밑바탕은 종교가 아닌가 생각된다.

뼈대가 있는 집안도 아닌, 특별한 종교를 가진 부모님도 아닌, 어쩌면 평범한 가정의 유교적 냄새가 구석구석 스며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필자는 유교가 종교인지 아닌지조차도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교의 가르침을 모두 받아들이고 전적으로 믿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골 아주 작은 교회에서 학습, 세례까지 받으면서 수년 동안 토요일 오후 주보를 제작하는 일 등 정성을 다했으나 대학 진학 후 중단하고 말았으니.

나이가 들면서 기독교나 성경에 관한 서적을 탐독하고 서양미술사에도 기독교에 관한 지식, 특히 종교미술의 내용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기독교도들의 박해와 고난, 지도자 가운데서도 위대한 인물, 교세의 강세에 따른 그 빛이 퇴색해 가는 듯한 실망감 정도가 그 앎의 전부였다.

익산시 내, 중앙동 한복판에 위치한 절 앞에서 30여년을 생활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불교에 관한 책을 접하고 불교사상에도 깊은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 가르침 아래 존경 받는 고승들이 수없이 많이 배출되었고 세속에 끼친 영향도 많았다지만 절에 대하여 크게 마음이 끌리지 않으니.

밀폐된 겨울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목탁소리와 함께 예불소리가 필자와 같은 중생에게는 불면의 밤을 지새게 한다. 더욱이나 세련되지 못한 목탁소리의 반복은 괴롭기 까지 하다. 도대체 목탁을 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최근에야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그것도 지난 4월초 신문의 날 기사 중,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라는 이야기였다. 언론이 사회의 불합리한 문제를 널리 알려 환기시키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는 의미의 목탁을 말하는 것이리라.

불교에서 예불과 함께 사용되는 목탁은 목어(木魚)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오래 전 덕이 높은 스님이 가르침을 주고 있는 제자 중에 유독 한 명의 제자만이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온갖 못된 짓만을 저질렀다. 그 제자는 결국 몹쓸 병에 걸려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는 다음 생애에서 그 업보에 맞게 물고기로 환생하게 된다.

그것도 등에 커다란 나무가 솟은 물고기가 되는 바람에 헤엄치기 힘들고 바람이 불면 등의 나무가 흔들려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그 문제의 물고기가 뱃전에 머리를 올려 슬피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승이 이 물고기의 전생을 보니 바로 자기의 가르침을 멀리 했고, 일찍 세상을 뜬 제자였다. 스승은 가여운 마음이 들어 수육제를 베풀고 물고기의 몸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으니.

그날 밤 스승의 꿈에 제자가 나타나 다음 생애에는 참다운 수행의 길을 걷겠다며 자신의 등에 난 나무를 이용해 물고기 형상을 만들어 막대로 쳐주기를 청하였다. 스승은 그의 말대로 물고기에 난 나무로 만든 목어(木魚)를 쳤는데 이것이 바로 중생에 경각심을 주어 깨달음을 갖게 하는 목탁(木鐸)이라는 것이다.

그 후 목탁은 물고기 모양이 사라지면서 오늘의 둥근 모양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목탁은 그것을 두드림으로써 수행자가 어둡고 혼미한 정신 상태를 일깨우고 경계하며 그 소리를 통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깨달음을 전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사회의 목탁’이라는 언론이 오늘날 현 상황을 판단해볼 때 과연 시대적 사명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사회 정의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철학, 어떠한 압력이나 어려움에도 당당하게 버텨낼 수 있는 언론인의 결연한 의지가 있는가?

지역의 역량을 강화하는 편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동반자로서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급변하는 사회, 경제, 정치환경 속에서도 오로지 언론의 본령인 사회의 목탁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