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라면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불법 배출한 유해물질로 밝혀졌다. 주간소통신문 보도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주민 99명 중 무려 22명(주민 주장 33명)에게 암이 발병하여 1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공장등록 허가에서 각종 관리감독 절차에서 행정상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조사하여 환경재앙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장점마을의 환경오염에 의한 집단 암 발병이 지역 방송사를 통해 보도되기 시작한 시기는 2013년이라고 한다.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을 통해 지역의 환경 이슈가 된 때는 2017년 초부터인데, 이 지경에서도 익산시와 전라북도, 환경부 등 관련기관들의 대처 태도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역학조사는 고사하고 환경오염조사조차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일었다.

굳이 이번 역학조사에서 밝혀진 환경오염수치를 볼 것도 없이, 한 지역에서 장점마을처럼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는 질병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주민들이 고위험성 유해물질에 노출됐음을 방증한다. 해당 비료공장 가동 이후 오랫동안 장점마을 주민들의 민원이 관계당국에 제기됐을 것이다. 익산시 및 유관기관의 현장조사 및 비료공장 관리감독을 포함한 장점마을 주민 민원 대처 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주간소통신문의 기사를 보면, 비료공장의 불법 제조공정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1차적인 관리감독기관인 익산시가 몰랐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술한 시설과 공장 주변의 심각한 오염상태를 한 눈에 드러내는 사진만 봐도 그동안 발암물질의 불법적 매립 및 배출이 자행됐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럼에도 지난 십 수 년 동안 끔찍한 불법이 방치된 것에 대해 익산시가 져야 할 것이다.

익산시를 관리감독 해야 할 전라북도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대처를 했다. 2017. 3. 6.자 주간소통신문 기사에 의하면, 전라북도는 익산시의 정밀역학조사 요청을 법적 근거를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전라북도가 역학조사를 실시했던 남원시 내기마을 사례보다 훨씬 심각한 장점마을 사례에 대해 법적 근거를 운운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정이 아닐 수 없는바, 2018년 하반기부터 진상파악을 위한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그나마 환경행정이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또한 많은 주민들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을 터인데, 초기부터 이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음으로써 피해를 키운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비료공장이 폐쇄된 이후부터라도 환경부가 진상조사 주체가 돼 원인을 규명하고 사후대책을 강제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절차 등의 이유로 부실 대처를 했으니, 우리나라 환경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장점마을 사태를 보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 거버넌스 확립 및 국가기관간의 시스템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특히 2017. 8. 14.자 주간소통신문에 게재된 <환경부에 바란다(협동사회경제연구소 권태홍 소장)>라는 칼럼은 환경문제 해법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니 독자제현의 일독을 권한다. 권태홍 소장의 지적처럼 환경문제가 제기되면 국가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행정부처간 경계를 넘어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야 한다.

이번 장점마을 역학조사 결과 발표는 정부가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병과의 역학적 관련성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주민들, 지역정치권, 시민사회단체, 지역언론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음을 살펴봐야 한다. 결국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제도는 이처럼 피해자는 물론이고 이들을 돕고자 하는 시민정신의 협력 속에서 하나씩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들을 종합해볼 때, 특히 권태홍 소장이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인 정의당이 중앙정치권에서 장점마을 진상규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익산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도 익산시와 전라북도, 환경부의 문제해결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많은 시민들이 음으로 양으로 이들과 힘을 합해 이번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역언론에서는 주간소통신문이 지속적인 심층보도를 통해 이슈를 이끌어왔다. 100여 건이 넘는 관련 보도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는바, 다른 지역언론에 비해 양과 질에서 압도적 노력을 한 주간소통신문에 대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금할 수 없다. 시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파수꾼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사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암 발병 사건, 장점마을 사태 등 환경 및 의료보건 관련 사건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누가 보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한데도, 삶이 망가진 피해자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 재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원인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가 주장하는 원인이 사실로 드러나는 데도 말이다.

장점마을과 같이 선량한 주민들의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환경 및 의료 피해 사례에서 피해 입증을 독립된 국가기관에서 일관 처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관리감독 부실로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행정시스템에 대한 일대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시민을 위해 앞장 선 권태홍 소장을 비롯한 지역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 주간소통신문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부탁드린다.